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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내부자들과 영업비밀

[the L] 대법 "비즈모델·사업제안서 영업비밀 해당"



지난해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영화 '내부자들'에서 우장훈 검사는 장필우 의원 일당의 비리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조직 내부에 합류하는 길을 택한다. 중요한 정보를 가장 빠르게 얻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조직의 내부자이기 때문이다.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기업의 영업비밀 유출 사고 역시 내부자들 즉, 이직하는 임직원들 중에서도 특히 유출되는 영업비밀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업무를 했었던 임직원들에 의해 가장 많이 발생한다.


이에 기업은 직원들을 채용하면서 별도 약정을 통해 직원들에게 제한을 가하기도 하는데, 직업 선택의 자유 역시 인정돼야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결국 회사와 임직원 사이의 개별적인 약정 이외에 국가 차원에서 법을 통해 위와 같은 상황을 규제하고 있는데 이게 바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다.


그럼 사례를 통해 ‘부정경쟁방지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모바일 콘텐츠와 게임 등을 해외에 판매하는 A사에서 근무하던 B팀장은 이직하면서 자신이 쓰던 컴퓨터에 저장된 문서 가운데 일부를 복사해 가져갔다. 이 문서에는 게임 비즈니스 모델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모바일게임 사업제안서, 휴대전화 내장형 게임툴에 대한 설명문, 게임 수출계약서 등이 포함됐다.


A사는 B팀장이 영업비밀을 빼돌려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해당 문서들이 모두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문서 2건, 모바일 게임 사업제안서 1건 등 모두 3건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B팀장이 이직한 회사에서 담당할 업무에 사용할 목적으로 해당 문서들을 복사해 유출한 행위는 명백한 ‘영업비밀 침해행위’라며 B팀장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그렇다면 대법원은 왜 하급심과 달리 이들 3건의 문서들이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봤을까? 해답은 바로 ‘경제적 유용성’에 있다.


영업비밀의 3가지 요건은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이다. 이 중 경제적 유용성은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을 통해 얻은 것이거나 그것을 통해 경쟁자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즉 영업비밀은 경쟁업체와의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거나 또는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다시 사례로 돌아가서 대법원은 게임 판매시 제시할 수 있는 가격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 문서는 해당 제품 뿐 아니라 유사제품을 다른 회사에 판매할 때 유용하게 활용될 정보라고 판단함으로써 경쟁업체가 이를 입수할 경우 가격정책 수립시 시간과 비용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을 것이므로 ‘경제적 유용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또 해외 영업망 구축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돼 있는 모바일게임 사업제안서도 상당한 정도의 노동력과 비용이 들어간 결과물이기 때문에 영업비밀로써 경제적 유용성을 갖고 있다고 봤다.


이번 판례는 경제적 유용성 요건의 인정에 있어 법원의 판단이 법원의 해당 업종에 대한 이해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회사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영업비밀 유출사건에 대비해 평소 영업비밀 관리를 철저히 하되, 사건 발생시에는 무엇보다 회사가 하고 있는 사업을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이해한 것을 '법의 언어'로 법원에 전달할 수 있는 변호사를 선택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조수연 머스트노우 변호사는 기업분쟁연구소(CDRI) 출신으로 기업 자문과 소송을 주로 담당했다. 기업 영업비밀과 보안문제 등에 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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