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시중 유통되는 백수오 관련 제품을 모두 수거해 검사한 결과 국순당의 백세주를 제조하기 위해 보관하던 원료에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가 포함된 것으로 발표한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직원이 진열된 백세주를 철수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순당 백세주의 경우 가열 등의 과정을 거쳐 DNA가 손상돼 제품 검사에서는 가짜 백수오가 포함됐는지, 진짜 백수오가 포함됐는지 알 수 없었다"며 "다만 해당 제품을 만들기 위해 보관하던 원료에서 가짜 백수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작년 식품업계에서는 ‘백수오 사건’이 가장 큰 이슈였다.

백수오는 오래전부터 한약재로 사용되었지만, 식품원료로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허를 받은 제조방법을 토대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기능성을 인정받은 복합추출물의 주요 원재료로 사용되면서 갱년기 전후의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게 됐다.

호사다마였을까.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는 개발업체가 독점적으로 원료를 공급하는 가운데 원재료 관리가 부실해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 이 업체는 해당 원료를 의약품 기초물질로 해외에 수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한번 추락한 신뢰는 도무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위 사례와 유사한 다른 건강기능식품이 바로 ‘어린이 키성장’과 관련된 기능성 원료다. 이 원료는 기능성 허가 과정에서 부실 논란이 발생하면서 언론보도를 통해서 문제가 제기됐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현재 이 원료는 여러 종류의 제품에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기능성 평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평가 방법과 내용에 대한 절차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직접 확인 실험을 하지 않는 현행 제도상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현행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능성 원료 가운데 질병발생 위험 감소 기능이 있거나 실제로 도움을 주는 것은 ‘질병발생 위험감소 기능 등급’과 ‘생리활성기능 1등급’ 두 가지뿐이다. 이 두 가지 등급에 포함된 원료는 10개 정도다. 나머지 대부분은 2, 3등급에 포함된다. 정부는 도움을 주는 것이 확실한 것이 아니라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모호한 효과를 인정해 등급을 준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질병발생위험감소기능, 생리활성기능 1‧2등급들이 '기능성'으로 통합되고 생리활성기능 3등급은 폐지된다”고 밝힌 것은 더욱 이상하다. 현재 4개로 나누어져 있는 등급을 하나로 통합하되 생리활성기능 3등급만 폐지하고 나머지를 하나로 묶도록 바꿀 예정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도움을 주는 10여개의 원료들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머지 대부분의 기능성 원료에 포함되는 격이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도움을 줄 수도 있는 제품’을 정부가 인정했다는 이유로 일반 식품에 비해서 더 비싼 가격에 구매하게 됐다. 소비자에게만 피해가 가는 것이 아니다. 영업자들은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다가 일반 식품과 동일한 이유로 적발되면 2배의 처벌을 받는다. 오히려 영업자들이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을 폐지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식품은 의식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관련 법령이 개정되면 산업이 흔들리고 국민 모두에게 영향이 갈 수 있다. 따라서 식품 관련 법령 개정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