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권을 주장하는 방법으로 건물 외관에 유치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의 간판이나 플래카드를 달아두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과연 유치권이 성립될까?

경매교육원에서 강의를 진행하다 보면 간혹 '유치권을 상징하는 간판이나 플래카드의 부착으로 점유를 인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러나 답은 'NO'다.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13가합8122 판결)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원고인 A씨는 C씨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 돈에 대한 담보로 C씨 소유의 X부동산에 근저당권 설정등기를 했다. 그 후 A씨는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 X부동산에 대한 임의경매를 신청, 2012년 6월 26일 법원에서 경매개시결정을 받았다. 이튿날 X부동산에 경매에 대한 등기가 됐다.

그런데 경매절차가 진행되던 2013년 8월 26일 피고인 B씨는 자신도 C씨에게 임대차 보증금과 대여금을 받아야 한다며 유치권 신고를 했다. 이에 A씨는 B씨에게 유치권이 없다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유치권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B씨가 유치권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타인의 물건을 점유하고 있는 사실 △피담보채권이 존재하고 그것을 갚을 때가 된 사실 △피담보채권이 그 타인의 물건에 관련해 생긴 사실을 주장하고 증명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의 쟁점은 B씨가 적법하게 점유하고 있는지 여부였다. B씨는 자신이 X부동산에 유치권을 상징하는 간판, 즉 '유치권 행사중입니다'라고 쓴 간판을 달았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간판이나 플래카드를 달아 둔 정도로는 유치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봤다. 민법상 점유란 물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인데, 타인이 점유를 빼앗으려 하는 경우 언제든지 방어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간판이나 플래카드로는 부동산에 대해 점유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단 얘기다.

재판부는 B씨가 X부동산을 점유하지 않았다고 봐 B씨의 유치권을 부정하면서 소송을 제기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유치권 행사중'이라는 간판이나 플래카드로는 유치권을 인정받을 수 없으므로 유치권을 주장하고자 한다면 이에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