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호텔서 도둑맞았다면 손해배상 가능할까?

29일 오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면세구역이 여름휴가철을 맞은 해외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2015.7.29/사진=뉴스1

지난해 내국인 출국자 수는 1900만명을 돌파하여 역대 최고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사상 처음으로 일본의 출국자 수를 앞설 것이라 한다. 해외출국이 일상화되다보니 해외에서 그만큼 사건 사고도 많아지게 된다.

보편적인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A씨 부부는 동남아 최고급 리조트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함께 일정을 소화하던 다른 부부들과 함께 맥주 한 잔을 하고 호텔방에 들어와 잠을 청했는데 새벽에 도둑이 들었다. A씨 부부는 남은 일정을 경찰조사 받고, 호텔 직원들과 손해배상 문제를 논의하는데 허비하고 말았다. 귀중한 신혼여행이 엉망이 된 것이다.

A씨 부부는 누구에게 손해를 배상받아야 하는 것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도둑과 A씨 부부가 묵었던 호텔이 A씨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오면 현지에서 도둑을 잡을 길은 없고, 외국 호텔 직원들과는 제대로 된 의사소통조차 어렵다. 벌써 문제가 꼬이고 있다는 느낌이 오지 않나?

그나마 여행사 직원들이 통역을 해주고, 호텔과 배상협의를 적극적으로 대신 진행해준다면 문제가 조금은 수월하게 마무리 될 수 있다.

해외 각국에는 그들의 법률과 관습이 있기 때문에 한국인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손해배상 기준과 그에 따른 요구사항이 100% 수용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간혹 우리보다 조금 생활수준이 낮은 나라에서 현지의 법률과 관습을 무시하고 한국식을 강요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런 접근은 사건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설령 우리나라보다 손해배상 기준이 관대해서 실제로 그들 내국인들에게는 많은 금액을 배상해 줘야 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외국인이 동일한 수준의 손해배상을 받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말도 제대로 안통하고 며칠 뒤면 떠날 관광객에게 그런 호의를 베푸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우리나라도 물정 어두운 관광객에게 바가지 씌우는 일이 수시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지 않은가?

A씨 부부에게는 세 가지 선택권이 있다.
첫째, 현지 호텔과 원만하게 합의를 하는 것이다. 호텔은 보통 무료 숙박권, 객실 업그레이드, 식사권, 부대시설 이용권 등을 제공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물론 현지 경찰, 매스컴 등을 통해 사건이 이슈화되어 호텔의 명성에 흠집이 난다면 이마저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여행사를 통해 기획여행(소위 패키지 여행)을 간 경우 국내로 귀국하여 여행사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기획여행을 기획한 여행업자는 관광객이 현지에서 조우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제거하거나, 위험을 관광객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고 이를 통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관광객을 안내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현지 호텔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 일정부분 사고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은 현지에서 대리인을 선임, 법적대응을 하는 것이다. 다행히 현지 호텔이 운영하는 사업장이 국내에도 있다면 한국에서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얼마나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도 있다.

A씨 부부는 억울할 것이다. 그런데 사고가 발생하면 완전한 배상은 결국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유념하길 바란다. 금전적 손해는 배상받을 수 있지만, 소중한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니 말이다. 현실에서는 금전적 손해를 배상받는 일조차 그리 쉽지 않음을 이미 충분히 언급했다. 어른들이 괜히 소풍가는 자녀에게 차 조심, 사람 조심, 자나 깨나 안전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배진석 법무법인 나루 변호사는 국내 최대 여행사 사내 변호사 출신으로 여행관련 분쟁을 다뤄 본 경험이 풍부하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서는 여행 중 벌어질 수 있는 법적 쟁점에 관한 글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