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근로자가 임금체불을 이유로 분신자살을 한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경란)는 일용직 근로자 A씨 유족이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13년 10월 자신의 친형이 운영하는 K건설업체의 일용직 근로자로 채용돼 K사에 하도급을 준 D사가 진행하는 공사 현장에서 목수로 일했다. 이후 체불임금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하자 D사는 A씨가 K업체 사업주의 친동생이라는 이유로 임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A씨는 같은해 12월 119에 직접 전화를 해 분신하겠다고 신고를 한 뒤 공사 현장 사무실 앞에서 농성을 벌이다가 D사가 여전히 임금을 지급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밝히자 분신해 숨졌다.

A씨의 유족은 "D사가 A씨에 대해서만 체불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A씨에게 폭언과 욕설을 해 정신적 이상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것"이라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의 죽음과 공사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사업주와의 협상 과정에서 발생한 분노로 충동적인 자해를 한 것"이라며 "이는 이례적인 사정이어서 사업주도 예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공사 업무에 종사한 기간이 한달에 불과하고 그 기간 동안 업무 수준이 과로나 스트레스를 유발할 만큼 과중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공사 업무 종사로 인해 우울증이나 정신이상 등의 질병을 앓게 된 것으로도 볼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