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오빠에게 30여년 전 물려준 부동산, 동생도 일부를 상속받을 수 있을까? 1979년 이후 오빠에게 줬다면 받을 수 있지만 그전에 줬다면 받을 수 없다. 1979년에 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춘만씨(가명)는 아들 준우씨(가명)에게 1970년대 초반 소유권이전등기 방식으로 부동산을 물려줬다. 그리고 1998년 6월 세상을 떠났다. 춘만씨에게는 아들 준우씨 말고도 딸이 하나 있었다. 아버지인 춘만씨가 사망하고 아들 준우씨와 딸 민지씨(가명)가 공동상속인이 됐다.

민지씨는 아버지가 오빠에게만 부동산을 물려준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2006년 오빠를 상대로 '부동산은 오빠에게 명의신탁 된 부동산이니 부당이득'이라며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즉, '아빠가 부동산의 진짜 소유자고 오빠는 명의를 빌려줬을 뿐인데, 아빠가 사망하면서 부동산이 오빠의 소유가 된 것이니, 오빠가 얻은 부당한 이득을 돌려달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 부동산을 증여된 부동산으로 보고 오빠의 손을 들어줬다.

민지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곧바로 유류분반환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역시 오빠의 손을 들어줬다. 유류분을 반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관련 법이 시행되기 전에 증여를 마쳤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유류분 제도가 생기기 전에 피상속인이 재산을 물려줘 소유권이 이전됐다면, 유류분 제도에 의한 반환청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1977년12월31일 법률 제 3051호로 개정된 민법·개정민법).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만약 법이 바뀌기 전에 증여된 경우까지 새로운 법을 적용하면, 이미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은 바뀐 법 때문에 권리를 침해당하기 때문이다. 개정민법 부칙 제2항은 '이전의 법률에 의해 생긴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적용을 제한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누구든 자신의 재산을 원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지만, 일정 부분을 각 상속인에게 줘야 한다. 이를 유류분이라 하는데, 정해진 한도보다 다른 사람에게 많이 줬다면 상속인은 이를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공동상속인 중 한 사람에게만 재산을 물려줬다면 아무리 오래 전에 준 것이라도 유류분반환 대상이 된다. 아버지가 사망하기 20년 전에 장남에게만 부동산을 줬다면, 차남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장남을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유류분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증여를 한 경우다. 이때도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까. 유류분 제도는 지난 1979년1월1일부터 시행됐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새로운 법이 시행되기 전에 증여를 마무리한 경우에는 유류분 반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증여하겠다는 계약이나 의사표시만 하고 실제 소유권은 제도 시행 이후에 이전했다면 유류분반환대상이 된다고 봤다. 개정민법 부칙 제5항은 '이 법 시행일 전에 개시된 상속에 관하여는 이 법 시행일 후에도 종전의 규정을 적용한다'고 규정했다. 즉, 법 시행 전에 재산을 물려주겠다고 약속을 했더라도, 실제 상속이 법 시행 이후에 이뤄졌다면 유류분 반환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참고로 이번 사건에서 민지씨가 명의신탁 부동산을 주장하며 부당이득반환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유류분반환청구의 소멸시효(1년)가 이미 지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류분반환청구권은 1년이라는 단기 소멸시효에 걸리기 때문에 금방 지나가버리기 일쑤다. 그래서 명의신탁이라고 주장하다가 명의신탁이 아니라 증여라고 인정이 되면, 그때부터 1년 안에 유류분반환청구를 해 소멸시효 문제를 피해가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법무법인 바른의 김상훈 변호사는 43회 사법시험(연수원 33기)에 합격해 법조인의 길에 들어섰다. 고려대에서 친족상속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의 상속법과 신탁법에 관한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주로 가사·상속·신탁·가업승계 등을 전문분야로 가족간 가족기업에서 발생하는 복잡다단한 이슈들을 상담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