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강 대법원 양형위워회 위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양형기준안에 관한 제12차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근로기준법위반, 석유사업법위반, 과실치사상범죄 양형기준안에 대해 논의했다./사진=뉴스1

근로기준법 위반 범죄의 양형기준을 정할 때 임금체불을 당한 피해근로자 수와 미지급 기간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최저임금 체불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1일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서 '양형기준안에 관한 12차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한 양형기준안을 비롯해 석유사업법위반, 과실치사상범죄 양형기준안을 논의됐다.

이날 발표는 양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인 이재권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맡아 주제별로 그동안 양형위에서 마련한 양형 기준안을 소개했다.

◇ "임금체불자 처벌 '피해 근로자 수, 미지급 기간' 고려해야"

근로기준법 위반 범죄 양형기준 관련해 이날 토론에서는 이정민 단국대 법학과 교수와 박수정 변호사, 김소영 문화방송 사회1부장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토론자들은 임금 체불자의 양형 기준을 정할 때 '피해자 수'와 '미지급 기간'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저임금 등을 고려하면 체불 임금의 액수도 중요하지만, 약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임금체불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최저임금 미지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양형기준안에 대해 "임금 미지급에 방점이 찍혀있다"며 "최저임금법 위반과 관련해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보장 측면에서 강하게 처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계와 관련있는 임금체불을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얘기다.

양형위가 미지급 임금의 액수로 양형 기준을 나누는 것에 대해 그는 "최저임금은 말그대로 최저임금이기 때문에 그 액수가 크지 않다"며 "오히려 근로기준법이 보호해야 하는 핵심 영역이 잘 보호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액수가 아닌 건수 등 다른 요소를 적용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양형위는 체불 임금 금액에 따라 5000만원 이하일 경우 4~8개월, 5000만원~1억원 미만일 경우 6~12개월, 1억원 이상일 경우 8~18개월로 양형 기준을 마련했다.

◇ "휴업 기간에 해고금지 위반 양형기준 마련 필요"

박 변호사는 휴업 기간에 해고 금지(근로기준법 23조2항) 위반에 대한 처벌 기준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휴업 기간에 해고는 피해자의 생계수단을 상실하게 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인데, 현재 양형기준안 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산후휴가 도중 해고 고통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사건이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며 "대부분 벌금형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 양형 기준이 없어서 벌금형으로 선고된 것 아닌가"라며 기준안 마련 필요성을 거듭 요청했다. 임금 미지급 사업자에 대한 양형 기준안에 대해서도 미지급 근로자 수와 미지급 기간 등도 고려할 것을 제안했다.

김 부장도 "임금 체불 유형 범죄의 양형에서 유형을 피해자 수에 따라 일반적 미지급과 다수 피해자에 대한 미지급으로 분류하는 것보다 미지급 금액에 따라 분류했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은 "여분의 돈을 떼먹는 것과 생계비를 떼먹는 행위가 주는 무게가 다르다"며 "임금체불 금액 유형을 세분화하거나 5000만원에서 시작하는 기준을 더 낮출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임금 체불은 악덕기업에 대한 일벌백계의 의미와 범죄 예방적 차원에서 양형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들의 의견에 대해 김현아 양형위 전문위원은 "근로자 수 등은 액수와 중복되는 점이 있어서 가장 중요한 체불 임금 액수를 기준으로 한다"며 "다만, 근로자에 심각한 피해를 일으킨 경우 특별양형인자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양형기준안에서 미처 반영되지 못한 부분은 특별양형인자로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전문위원은 "최저임금 보장 부분은 논의가 더 있어야 할 것 같다"며 "개인적인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