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보행전용도로에 배달 오토바이가 가로질러 가고 있다. 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함. 사진=뉴스1

헬멧을 헐겁게 착용한 채 오토바이를 타다가 사고를 당해 부상이 커졌다면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오토바이 운전자의 과실도 고려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7단독 정성균 판사는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A씨가 H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H사가 A씨에게 1억99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12년 5월 오토바이를 운전해 경북 예천군 인근 도로를 달리던 중 자신의 앞으로 끼어들려던 트럭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당시 헬멧을 착용했지만 사고 직후 벗겨지면서 머리를 크게 다쳤다.

이에 A씨는 운전자가 계약을 체결한 H보험사를 상대로 총 4억6000여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정 판사는 "트럭 운전사가 앞지르기가 금지된 도로에서 앞지르기를 하다 사고를 내 잘못이 크다"면서도 "A씨가 트럭의 움직임을 주의하지 않고 헬멧이 쉽게 벗겨지도록 쓴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H보험사의 책임은 90%로 제한됐다.

정 판사는 A씨가 청구한 손해배상액 중 A씨가 다치지 않았다면 벌 수 있었을 수입과 정신적 위자료 등을 산정한 뒤 이중 90%인 1억9900여만원을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