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26일 하청업체 임금체불 및 하도급 대금 부조리 해결을 위한 당정협의회 모습. /사진=뉴스1

인류와 함께 자연스럽게 서열이라는 것이 생겼다. 존재와 함께 '갑'과 '을'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운명처럼 주어지게 된다. 아주 오래 전부터 방법과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상당수의 '을'들이 '갑'의 횡포에 고통을 받고 있다.

사실 오늘날의 바람직한 갑을관계는 '을'의 강점과 장점을 통해 '갑'이 장기적 번영을 이루고 이에 따른 이익을 '을'에게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그릇된 가치관으로 우위에 있는 '갑'이 자신의 지위를 악용해 '을'을 압박하고 착취하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가 됐다.

작년 하반기 수급사업자 49.1%가 부당한 피해 당해
기업의 경우, '갑'의 위치에 있는 기업이 하도급 대금을 부당하게 감액하거나 대금지급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관련 실태조사를 한 내용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1월 공정위가 원사업자로부터 하도급을 받은 수급사업자 10만 개 업체를 대상으로 서면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하반기 이후 한 건이라도 법 위반 행위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수급사업자가 49.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하도급업체의 두 곳 중 한 곳이 부당하게 피해를 입었다는 의미다.

유형별로는 하도급대금 지연이자나 선급금 지연이자, 설계변경 등에 따른 대금 증액 시 지연이자 등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가 13.2%로 가장 많았다. 그 뒤는 어음 할인료 미지급, 어음대체결제수단 수수료 미지급,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내지 감액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해 부당하게 하도급대금을 감액시키거나 어음할인료나 지연이자를 지급하지 않아 원사업자들은 이익을 챙기면서, 관련 하도급업체들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신고포상금제 도입 후 나아져…계약서 작성 의무화·체계적 교육 필요
공정위가 이러한 불공정 행위를 뿌리뽑기 위해 전면에 나서 관리와 감독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지속적인 사업 파트너의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하도급업체들이 이러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계약관계가 끊어져 더 큰 손실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05년부터 신고포상금제가 도입되면서 위법행위로 인한 원사업자의 리스크 부담이 커졌다.  대기업의 대금 미지급 등 ‘갑의 횡포’에 대한 견제장치로 어느 정도 작용돼 효과를 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란 역부족이므로 가능한 범위 안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불공정행위 적발 시 처벌을 보다 강화해 사후관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또 원사업자가 더 이상 불공정행위를 취하지 않도록 현재 수준보다도 더 체계적이고 엄중한 법적 규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문제가 제기되면 원사업자는 미지급 지연이자를 지급하거나 부당히 감액한 하도급대금을 보전해 주는 등 법위반행위를 사후 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더불어 문제를 제기한 중소 하도급업체에 원사업자가 보복 조치하는 일도 차단될 수 있도록 엄격하게 감독해야 한다. 또한 거래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 하도록 규정해, 서면미교부로 인한 불공정행위가 발생되지 않도록 막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감독 관리와 함께 원사업자를 대상으로 상생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