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문의 02-724-7792

칼럼

"억지 결혼, 놓여날 방법 정말 없나요"…외도한 남편의 항변

[the L][조혜정 변호사의 사랑과 전쟁] 배우자의 외도와 대처방법⑧


Q. 4년 전 집사람와 크게 싸우고 집에서 쫓겨나 지금까지 혼자 살고 있는 40대 후반의 가장입니다. 집을 나오게 된 원인은 제가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을 집사람에게 들켰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알게 됐는진 모르지만 집사람이 저와 그 여자가 식사하는 자리에 와서 난동을 피웠고, 집으로 끌려가서 집사람이 아이들 앞에서 "너희 아빠 바람피웠으니 벌을 받아야 한다"며 저를 무릎을 꿇게 하고 새벽까지 때리고 꼬집더니 나가라고 했습니다. 바람피운 건 잘못한 거지만, 그렇다고 아이들 앞에서 아빠인 저를 완전히 깔아뭉개는 것까지는 참을 수 없어 새벽에 맨손으로 집을 나왔습니다.    

변명 같지만 제가 다른 여자를 만났던 건 결혼 초부터 집사람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하고 새어머니 밑에서 힘들었던 저는 착한 여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이었습니다. 집사람이 그런 여자인 줄 알고 결혼을 했는데 막상 결혼하고 보니 제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제 부모님이 이혼한 것은 저희 집안이 '더러운 핏줄'이기 때문이라며 명절이나 부모님 생신, 모든 경조사에 한 번도 가지 않았습니다. 저희 아버님이 암수술로 석 달간 입원했을 때도 병원에 딱 한 번 가서 잠깐 있다 돌아온 게 전부고 심지어 저희 새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오지 않았습니다. 결혼 후 5년 안에 두 아이가 태어났는데 둘째 아이를 낳은 후부터는 부부관계를 거부해 집 나올 때까지 10년 이상 방을 따로 썼습니다. 처음에는 싸우기도 하고 달래기도 해봤지만 집사람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그저 아이들이 어리니 아이들 클 때까지 내 인생은 포기하자는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그런 제 앞에 상냥하고 친절한 그 여자가 나타나 저도 모르게 빠져들게 됐습니다.

집을 나온 후 적당히 기회를 봐 집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집사람이 제가 집에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보러 이따끔 집에 가곤 했는데 그 때마다 현관문 비밀번호가 바뀌어있고, 집에 들어가면 집사람은 제가 갈 때까지 방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난 4년간 제가 어디서 사는지 밥은 먹고 다니는지 단 한 번도 묻지 않으면서 계속 돈을 달라는 문자만 보내옵니다. 송금이 좀 늦으면 중고등학생인 아이들을 시켜 '그 여자 줄 돈은 있고 우리 줄 돈은 없냐. 돈 안 주면 회사로 쳐들어가겠다'는 문자를 보냅니다.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저는 돈벌어 주는 기계일 뿐입니다. 

이런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저도 이제 해방되고 싶습니다. 집사람만 생각해도 혈압이 오르고 심장이 아파와서 도저히 같이 살 수 없고 집사람도 저와 같이 살기는 원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살 거면 이혼하자고 해보았는데 "누구 좋으라고 이혼하느냐"며 이혼은 절대 안된다고 합니다. 제가 알아보니 저처럼 외도한 사람이 이혼소송을 내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 이혼이 안된다고 합니다.  4년 전 잠시 외도한 것 때문에 제가 평생 이 불행한 결혼에서 놓여날 수 없는 건가요? 저의 잘못된 인생을 지금부터라도 고쳐보고 싶습니다.

A. 두 분의 잘못된 인연을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할까요?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이었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마음이 아픕니다.

일단 두 분의 관계가 정상적인 부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건 분명해보이네요. 집 나온 지 4년이 지났고, 돈 달라는 문자 외에 다른 교류는 전혀 없고, 집 나오기 전부터 잠자리를 10년 이상 같이 하지 않았고 집안 경조사에도 일체 참석하지 않았다면 그 누구도 선생님 부부의 관계가 좋아질 거라고 하지는 못하겠지요. 가장 좋은 방법은 선생님과 아내가 협의해 이혼을 하는 건데, 질문 내용으로 봐선 두 분의 감정 상태가 극히 나빠 그런 협의를 하시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혼소송을 통해 부부관계를 정리하는 방법 밖에는 없는데, 이건 참 만만치 않은 과정일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집을 나온 시점에 외도한 사실이 있기 때문에 이혼소송을 할 경우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고 볼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선생님께서는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이 잠시 외도한 나한테만 있는 거냐, 결혼 후 나와 내 부모형제를 쭉 무시하고 냉대한 아내한테도 있는 거 아니냐고 항변하시고 싶으실 거예요. 그 말씀도 맞긴 하지만, 그런 사정은 법원에 증거로 설명하기는 참 어렵고 외부적으로만 보면 두 분이 별거하게 된 계기가 선생님의 외도 때문이니 유책배우자는 선생님이라고 보게 될 겁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상대방 배우자가 오기나 보복적인 감정에서 이혼을 거부하는 경우가 아니면 기각한다는 것이 우리 법원의 전통적인 원칙인데 이 원칙에 대해 2015년 대법원에서 아주 유명한 판결이 나왔어요. 그 판결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기각하는 게 원칙이지만, 세 가지 예외가 있다고 해요. 원문 표현은 좀 복잡하고 정교하지만 단순화시키면 △ 상대방 배우자도 이혼을 원하거나 △ 파탄 후 배우자와 자녀들 부양을 소홀히 하지 않았거나 △ 파탄 후 오랜 세월이 흘러 파탄의 고통이 다 잊혀진 경우 등에는 이혼판결을 해준다는 겁니다.

이 대법원 판결 후 하급심 법원에서 후속 판결들이 나오고 있는데, 비슷해보이는 사건이라도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아내가 뇌출혈로 쓰러진 후 아내를 돌보지 않고 8년간 별거한 남편의 이혼청구는 받아들여졌는데 집을 나간 지 15년 된 남편이 뇌졸중에 걸린 아내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는 기각되기도 해요.

2015년 대법원 판결이 말한 원칙을 현실에 적용시켜가고 있는 중인데, 제가 보기엔 상대방 배우자와 자녀들에 대한 부양이 제대로 이뤄졌느냐, 이혼할 경우 상대방 배우자의 생활대책이 있느냐가 판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선생님이 아내를 상대로 이혼청구를 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이지요. 선생님 아내가 "누구 좋으라고 이혼해주냐"고 했다면 오기로 이혼을 거부하는 경우라고 주장해볼 수는 있지만 이걸 증거로 증명하긴 쉽지 않을 거예요. 그렇다면 2015년 대법원 판결이 말한 세 가지 예외에 들어갈 수 있느냐인데 이것도 쉽지는 않아보이네요.

세 가지 예외에 들어간다고 해서 이혼판결이 나온 경우들은 파탄 후 오랜 시일이 흐르고 자녀들이 성인이 된 경우고, 선생님 사안처럼 미성년자녀가 있는 경우는 아직 없거든요. 그동안 제가 재판해본 감으로는 선생님 사안처럼 전업 주부이거나 경제적 능력이 거의 없는 엄마가 어린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경우에는 파탄기간이 오래됐다고 하더라도 이혼판결이 나기는 어렵습니다. 어찌 됐든 결혼이라는 끈으로 묶어 놔야 아이들 양육비를 주지 않겠냐는 생각이 깔려있는 거지요.

제 생각으로는 선생님께서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요. 첫째는 이혼판결이 안 날 가능성은 있지만 일단 소송을 통해 소송과정에서 아내와 협의를 이혼하는 길이지요. 절대 안 될 거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사람 마음은 상황에 따라 바뀌는 거니까 한 번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고 봐요. 다만 소송에서 아내와 아이들 생활보장을 위해 상당한 재산상 양보를 하는 걸 각오하셔야겠지요.

둘째는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려 이혼소송을 하는 방법이예요. 그렇게 하면 대법원 판결의 3가지 예외의 적용을 받을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러려면 아내와 아이들 양육비를 꾸준히 잘 주셔야 합니다. 나를 무시하고 냉대하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힘들게 번 돈을 계속 줘야하니 억울한 마음이 드실 거예요. 그래도 부양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대법원 판결이 크게 바뀌지 않는 한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이혼판결을 받기는 어려울 거 같습니다. 애정은 사라져도 의무는 남는 관계, 그게 가족관계입니다.

조혜정 변호사는 1967년에 태어나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차별시정담당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언론에 칼럼 기고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한변협 인증 가사·이혼 전문변호사로 16년째 활동 중이다.

관련기사


목록
 
모든 법령정보가 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