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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내와 바람난 상대男 직장에 알릴때 주의사항

[the L][조혜정 변호사의 사랑과 전쟁] 배우자의 외도징후와 대처법⑥


Q. 위기를 넘기려면 지난 일은 다 덮으라는 변호사님 충고를 듣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어린 아들을 생각하면 지나간 일은 잊고 아내를 용서하는 게 백 번 옳은 선택이라는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자신이 없네요. 일 때문에 바쁜 시간에는 잊을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바로 아내와 그 남자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습니다.


아내 얼굴을 보면 저도 모르게 화를 내게 될까봐 일을 핑계로 매일 야근하고 주말에도 집 밖으로 나와버립니다. 어린 아들 앞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는 말아야겠다 싶어서요.  이 괴로운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얼마나 더 시간이 흘러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아무래도 저는 지난 일을 덮을 수 있을 정도의 포용력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 남자를 응징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네요. 그 남자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키고 싶어요.

 

A. 잊으라고, 참으라고 권하면서 제 마음도 편치 않았습니다. 믿었던 아내의 불륜이 가져다준 고통, 충분히 이해해요. 배우자의 불륜이 남긴 충격을 극복하는 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거든요. 사실은, 일단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알게 되면 부부의 관계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 전으로 회복되지는 않는다고 보아야 합니다. 남자와 여자로서의 애정은 한 번 깨지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유리그릇 같은 것이거든요. 이혼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냉전 상태의 동거일 뿐인 거죠. 선생님의 아내가 실수를 저지르기 전에 이 사실을 분명히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네요. 그래도 아이 앞에서 화를 내지 않기 위해서 무진 애를 쓰고 계신 점, 정말 훌륭합니다. 그 정도만 해도 최선을 다하고 계신 겁니다.


아내의 상대남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고 싶다고 하셨는데 만약 그렇게 하시려면 상당히 주의를 하셔야 한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상대남의 불륜사실을 직장에 알릴 경우 선생님이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예요.  '사실을 말하는데 무슨 명예훼손이냐, 거짓말을 해야 명예훼손이 되는 거 아니냐'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은 성립합니다. 거짓말일 경우에는 처벌이 더 중할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알리는 방법이에요. 우리나라 법원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가 있으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고, 한 사람이 들어도 '전파할 가능성'이 있으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봅니다. 그러니, 만약 선생님이 상대남의 직장에 가서 불륜사실을 큰 소리로 떠들거나 3자가 볼 수 있는 공간(인터넷 포함)에 글을 게시해 다른 사람들이 공공연하게 상대남의 불륜사실을 알 수 있게 된다면 명예훼손으로 처벌받게 됩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근무하는 학교의 학교법인 이사장 앞으로 진정서를 제출한 경우나, 가족에게 알린 경우에는 전파할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은 판례가 있으니 이 판례를 참고하세요.

 

'내가 직장에 알린다고 해도 설마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어?'하는 생각을 한다면 이 점은 분명히 경고를 드리고 싶네요. 남녀 간의 애정에 대한 세상의 기준은 많이 변했고 자신의 권리와 사생활보호에 대한 사람들의 기준도 아주 높아졌거든요. 불륜사실을 직장이나 3자에게 알려서 명예훼손 고소를 당하는 경우가 요즘은 드물지 않습니다.  '내 잘못 때문'이라며 가만히 당하고 있던 시대는 지나갔다고 보셔야 합니다.

 

이 모든 변화가 사생활과 사회생활을 분명히 구별하는 현대의 사고방식 때문이에요. 개인의 애정문제는 사생활이고, 사생활이 특별히 사회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개인의 애정문제로 그 사람의 사회생활까지 판단하지 않겠다는 흐름이 이제는 상당히 강하다고 보셔야 합니다. 불륜사실을 직장에서 알리면 당연히 해고될 거라고 생각하신다면 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난달 말에도 불륜을 저지른 공무원에 대한 해임은 지나치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 적이 있거든요. 공무원이 유부녀와 관계를 갖고 유부녀의 남편이 진정을 했던 사건이었어요. 다른 직업보다 도덕적인 기준이 높다고 여겨지는 공무원이 이 정도이니 사기업들은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간통죄 폐지 전에는 간통죄 처벌을 이유로 한 해고가 무효라는 판결도 여러 차례 나온 적이 있습니다.


만약 명예훼손으로 처벌을 받는다면 벌금형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아주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구속되거나 실형을 받진 않지요. 벌금액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니까 일률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다만, 상대남이 선생님의 명예훼손 행위로 자신이 손해를 입었을 경우에는 선생님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둬야 합니다. 여기까지 말씀드리고 나니 다시 한 번 잊어버리시라고 말리고 싶어지네요. 아내의 상대남을 응징한들 뭣하겠어요. 그런다고 선생님과 아내의 관계가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잖아요.


조혜정 변호사는 1967년에 태어나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차별시정담당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언론에 칼럼 기고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한변협 인증 가사·이혼 전문변호사로 16년째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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