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문의 02-724-7792

칼럼

도대체 '위자료'는 왜 이리 적은 걸까

[the L][조혜정 변호사의 사랑과 전쟁] 배우자의 외도징후와 대처법 ④


Q. 남편의 바람 때문에 고민이 많은 결혼 3년차 주부에요. 돌이 갓 지난 아이를 키우고 있고요. 남편이 바람 피우는 걸 알고 '조금 저러다 마음이 돌아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티내지 않고 기다려온 지 몇 달이 지났어요.  하지만 남편이 변할 기미가 안 보이고, 며칠 전에는 아무런 연락도 없이 외박까지 했어요. 저도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을 거 같아서 이혼해야겠다 싶어요. 그런데 제 친구가 제가 이혼하면 위자료 2000만원 밖에 못 받을 거라는 거예요. 이건 정말 말도 안 돼요. 2000만원 받아서 저와 아기가 어떻게 살 수 있겠어요? 남편 바람 때문에 제 인생이 망가졌으니까 남편이 저의 평생을 보상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도대체 위자료는 왜 이렇게 적은 건가요?


A. 그러게요. 저도 그동안 변호사일을 해오면서 늘 같은 질문을 한답니다. 도대체 우리나라 법원에서 인정해주는 이혼 위자료는 왜 이렇게 적은 걸까? 선생님처럼 아이가 어린 젊은 엄마가 이혼할 때 법원이 인정해주는 위자료가 2000만~3000만원을 넘기가 어렵거든요.


전에 선생님과 비슷한 경우를 소송한 적이 있었어요. 그 사건도 결혼한 지 2, 3년 정도 된 부부였는데 아내가 임신했을 때부터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었던 거 같아요. 남편이 아내의 임신을 기뻐하지도 않고 임신중독으로 입원했는데 병원에 별로 와보지도 않았대요. 출산 후에 붓기가 안 빠진 아내한테 얼굴이 부어서 괴물 같다고 가시박힌 말을 하더니 아이가 돌이 될 즈음 집을 나가 연락을 끊어버렸어요. 아이 엄마는 1년 넘게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다 지쳐 이혼소송을 했는데, 그 사건 판결에서 나온 위자료가 1000만원이었어요.  당사자가 아닌 저도 기가 막히고 화가 나더라고요. 


결혼생활 기간 20년 넘게 남편한테 얻어맞고 욕설을 들으면서 살았던 분들도 위자료 5000만원 되는 경우가 드물어요.  20년 넘게 고통에 시달린 대가 치고는 너무 적은 거지요.  의사남편이 병원의 젊은 여간호사와 외도해서 아내가 여간호사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를 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사건에서 인정된 위자료는 500만원 밖에 안 되더라고요.  바람피운 증거가 차량 블랙박스 녹음 밖에 없어서 그랬던 것 같긴 한데, 그렇더라도 500만원은 좀 너무 했다 싶었어요.


우리나라 법원이 이혼 위자료를 이렇게 적게 인정하는 이유는 위자료는 '정신적 고통'만에 대한 손해배상이라고 보기 때문이예요. 사람들은 보통 '위자료'라고 하면 이혼할 때 받은 재산 전체를 떠올리는데, 법적인 개념의 위자료는 상대방의 잘못으로 내가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만을 가리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혼 후 생활대책은 결혼생활기간 중 축적한 재산을 분할받아서 해결하고, 위자료는 위로금 정도로만 생각하라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라고 이해하시면 되요.


하지만, 그렇다고 결혼한 지 얼마 안 되는 아이엄마들한테는 정말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결혼기간이 긴 분들은 어쨌든 그동안 같이 모은 재산이 있기 때문에 재산분할을 받아서 어느 정도 생활기반을 마련할 수 있지만, 결혼기간이 짧은 경우에는 같이 모은 재산이 없으니 재산분할로 받을 수 있는 것도 별로 없거든요. 아이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경우에는 좀 더 참작을 해주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재산분할 받아서 엄마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해요.


이렇다 보니 젊은 아이 엄마들은 정말 난감한 처지에 놓이는 경우가 많아요. 이혼을 하면서 남편한테 받을 수 있는 건 얼마 안되고, 아이를 키워야 하니 직장을 다니기도 어렵고, 새로 일자리를 찾아도 결혼 전에 받던 봉급만큼 받기가 어렵고... 결국 아이와 함께 친정에 돌아가서 친정부모님과 함께 아이를 키우는 쪽으로 정리가 될 수밖에 없어요.  아이 아빠가 져야할 육아의 책임을 아이 엄마의 친정부모님이 대신 지게 되는 거지요. 


제 생각으로야 엄마가 어린 아이 때문에 본격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경우만이라도 위자료나 재산분할에서 이 점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아이 키우는 엄마의 생계대책을 마련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긴 해요. 문제는 법원이 아직까지 그런 과감한 판결을 내려주지는 않는다는 거지요. 요즘은 가끔 일반적인 기준을 훨씬 뛰어넘는 위자료 판결을 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긴 하지만요. 


선생님의 질문에 희망적인 답변을 못 드리는 게 안타깝네요. 선생님이 이혼할 경우에 남편이 알아서 돈을 준다면 모를까, 법원 판결로 받을 수 있는 위자료와 재산분할은 결코 선생님의 기대만큼 되주진 않아요. 이런 점을 고려해서 결정을 내리시길...


조혜정 변호사는 1967년에 태어나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차별시정담당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언론에 칼럼 기고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한변협 인증 가사·이혼 전문변호사로 16년째 활동 중이다.


관련기사


목록
 
모든 법령정보가 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