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노무사, 변호사 , 회계사 등 대부분의 자격을 규율하는 법률(의료법 제외)은 파산을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전문자격을 가진 사람이 연대보증이나 경영실패로 과도한 부채를 부담하더라도 채무를 일정기간 소득으로 갚아야하는 일반회생이나 개인회생제도만을 이용할 수 있을 뿐 파산면책제도를 이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A공인노무사는 개업한지 얼마 되지 않아 소득이 조금씩 늘어나고는 있지만 현재는 사무실운영비를 제외하고 나면 남는 것이 별로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A노무사는 친구의 사업 관련 채무를 연대보증했고, 친구가 망하게 되자 연대보증채무를 떠안게 되었다.

A노무사는 부채를 다 갚기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시골에 팔리지도 않는 상속받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경우 청산가치는 꽤 큰 편인 반면 공인노무사 사무실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아 월 소득이 많지 않다보니 청산가치 이상을 변제하는 것이 어려워 개인회생을 진행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A씨는 상속받은 부동산을 파산면책절차에서 파산관재인이 매각하여 배당하고 파산면책되는 것이 연대보증채무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일 수 있지만 공인노무사법 제4조 제2호는 파산선고를 자격에 대한 결격사유로 삼고 있어 파산을 선택할 수는 없다보니 A씨는 현행법상 어떠한 도산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그렇다면 A씨와 같이 전문자격을 가진 사람이 자격을 유지하면서 파산절차를 이용하여 경제적인 갱생을 도모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전문자격 중 의사, 한의사, 약사, 조산사, 간호사의 경우에는 2007년 4월 11일 의료인의 자격취득과 이들의 파산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적다는 이유로 종래 의료법 제8조 제1항 제4호에 규정되어 있던 파산이라는 의료인 자격(면허)의 결격사유를 삭제함으로써 이제 전문자격사들 중 의료법개정의 혜택을 받는 의사, 한의사, 약사, 조산사, 간호사는 파산을 하더라도 자격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파산을 자격(면허)의 결격사유로 규정한 많은 자격증들이 의사의 경우보다 더 직접적 관련성이 있어서 규정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산과 전문자격 취득 유지 간에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지는 검토되지도 않은 채 거의 모든 자격에 관한 법률에서 파산을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실질적으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2조의2항에서 누구든지 회생절차∙파산절차∙개인회생절차에 있다는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취업의 제한 또는 해고 등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는다는 차별적 취급금지 조항의 취지와 반한다 할 것이다.

파산제도가 채무자를 징벌하는 제도가 아니라 경제적 갱생을 지원하는 제도임을 고려할 때 파산선고를 자격(면허) 에 대한 결격사유로 규정한 대부분의 법률은 개정되는 것이 필요하고 적어도 의료법의 경우처럼 자격취득 및 유지와 관련하여 파산이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지를 개별적으로 따져 일부 자격에 대하여는 파산선고를 결격사유에서 제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의사, 한의사, 약사들의 경우 의료법의 개정취지와 달리 고소득자라는 이유로 부채의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회생절차 없이 곧바로 파산절차를 이용할 경우 도산절차의 남용으로 파산신청이 기각되는 실무관행으로 인해, 먼저 형식적으로 회생을 신청한 뒤 회생신청이 기각되거나 폐지된 이후에 파산을 신청하는 것이 실무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도산절차비용의 실질적 낭비를 막기 위해 부채규모가 너무 커 변제계획안이 나올 수 없는 경우에는 바로 파산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의사 등에 대한 파산실무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법무법인 서율의 최동욱 변호사는 전문직과 기업 대표의 회생·파산 업무를 주로 맡았다. 도산절차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기·배임·횡령·강제집행면탈 관련 형사사건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 밖에도 집합건물 관련 관리단 소송 등 부동산 소송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