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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영업비밀을 침해 당했을 때 일반적으로 침해자에게 더 이상 침해행위를 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려줄 것을 법원에 요청한다. 또는 영업비밀을 침해당한 데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한다.
만약 내부 임직원이 영업비밀을 유출했다면 '배임죄' 등으로 고소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당연히 법원에 영업비밀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자료들을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회사가 영업비밀 관련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는 것은 영업비밀과 무관하게 시작된 소송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영업비밀 또는 기업의 자산을 보호받기 위해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영업비밀이 공개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 재판이 공개주의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영업비밀이 공개되는 리스크를 감당하면서까지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이에 대한 대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비밀유지명령' 제도가 있다. 소송 진행 과정에서 제출된 증거나 소송 자료 중에 영업비밀이 포함돼 있는 경우, 법원이 이를 알게 된 소송당사자 등에게 소송 목적을 넘어 영업비밀을 이용하거나 유출하지 말 것을 명할 수 있는 제도이다.
비밀유지명령과 관련, 법원은 △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따른 영업상 이익의 침해에 관한 소송 중일 것 △ 소송을 하면서 제출한 준비서면이나 증거에 영업비밀이 포함돼야 할 것 △ 영업비밀의 사용 또는 공개를 제한할 필요가 인정될 것 △ 준비서면의 열람이나 증거 조사 이외 방법으로 그 영업비밀을 이미 취득하고 있는 경우가 아닐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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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대법원이 이런 요건들을 상당히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원에 따르면 비밀유지명령은 소송절차에서 공개된 영업비밀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소송절차에 의하여' 영업비밀을 '새롭게' 알게된 자에게만 내려진다.
다시 말해 A사가 B사를 상대로 자신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 B사는 'A기업의 영업비밀을 이미 취득하고 있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법원이 비밀유지명령을 내릴 수 있는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아울러 비밀유지명령의 신청인은 상대방에게 비밀을 유지할 영업비밀의 범위·내용을 개시해야 하는 부담을 진다. 상대방이 명령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비밀유지명령을 받는 상대방도 명령 취소 절차를 밟지 않는 한 자칫 잘못하다가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부담을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한다.
법원마저도 사무절차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결국 어느 쪽도 적극적으로 제도를 활용하려 하지 않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기업들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수는 없는 노릇'이니 제도의 미비점들이 보완되기 전까지는 사전에 '영업비밀원본증명제도'를 활용하는 등 리스크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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