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지난 2014년 4월15일 저녁 세월호가 인천항을 떠난 순간부터 4월16일 오전 10시30분 침몰할 때까지 세월호 안과 밖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시간 순으로 재현해 낸 책이다.

재단법인 '진실의 힘'이 지난해 박수현 학생의 아버지 박종대씨를 만나면서 기록이 시작됐다. 진실의 힘의 '세월호 기록팀'은 수사 기록과 재판 기록, 감사원과 국회 국정조사특위 기록 등 15만장에 이르는 기록물과 3테라바이트(TB)의 공적 자료를 분석해 순서대로 기록했다. 주석만 2281개에 달한다. 자료를 엮어내는데 10개월이 걸렸다.

공개됐지만 흩어져있는 자료들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10가지의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실제 시간이 기록된 것보다 12분 빨랐다는 오차를 찾아냈고, 선원들이 "경비정 한 척으로는 (구조가) 부족"해 먼저 배에서 탈출했다는 이유를 찾아냈다. 가장 많은 이들이 궁금하고, 답답했을, '배가 뒤집어지는 와중에 가만히 있으라 한다고 왜 가만히 있었느냐'는 질문에, "1시간 동안 12번이 넘는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 때문"이었다고 답하고 있다.

기록만으로도 풀어낼 수 있던 것들을 검찰과, 법원과, 감사원과, 국회는 놓쳤다. 이 기록을 엮어내는데 참여한 박수빈 변호사는 "기록 안에서 풀릴 수 있는 대답을 찾아 자료를 만들었다"며 "시민의 힘으로 모을 수 있는 자료의 최대치"라고 자평했다.

"해경이 TRS 녹취록을 제출했는데, 녹취록을 제출할 때마다 형태와 내용이 달랐어요. 누구도 제대로 원본파일을 듣고 검증한 기관이 없었죠. 내용이 다르고 누락된 내용이 있는데, 비교를 해보니 다 달랐어요. 누구도 검증을 안했다는 것이 가장 놀라웠어요."

당시 해경 지휘부와 구조 세력이 교신한 내용, 즉 TRS(주파수공용무선통신시스템) 녹취록은 검찰과 법원, 감사원, 국회 등에 제출됐다. 하지만 제출할 때마다 내용과 형태가 달랐다. '기록'에 따르면 해경은 최소 5개 이상 다른 녹취록을 만들었는데 누구도 이를 검증하지 않았다.

기록은 사건을 순서대로 풀어낸다. 그 시간 배 안에서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눴고, 무엇을 했으며, 배 밖의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시간 순으로 나열한다. 그리고 그때 '무엇'인가를 했어야 했던 선원과 해경이 '무엇을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를 그 당시 존재했던 메뉴얼에 근거해 주석을 달았다. 전문용어는 쉽게 풀어 설명을 붙였다.

어렵지 않게 풀어낸 이 기록을 끝까지 읽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결과를 알고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작업을 하며) 도망가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고 말했다.

"시간 순의 기록이기때문에, 피해자 동영상이나 해경 동영상을 봤을 때, 조사 시간이 나올 때, 전체 그림의 얼개를 엮어서 배 상황을 떠올릴 수 있었어요. 이때 이 사람은 어떤 상황에 처했겠구나를 짐작할 수 있는거죠. 상황이 연상이 되면 스스로 분노나 감정의 과잉으로 독자에게 사실을 왜곡 과장할까봐, 사실의 접근에 방해가 될까봐 마음을 다잡는게 힘들었어요."

기록에는 '절대 악'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누구도 고의로 사고를 내거나, 누군가를 일부러 해치지 않았다. 내 권한이 아니라는 이유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져온 관행에 의해서, 내가 할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해야 할 일은 하지 않은 이들의 행동이 조금씩 모여서 304명의 삶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이들은 왜 자신의 일을 하지 않았을까. 박 변호사는 '책임'을 말했다.

"행동을 하면 그에 대한 결과가 바로 본인과 연결이 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나는 결정자가 아니고, 나는 지휘하는 사람이 아니고, 괜히 내가 뭘 했다가 잘못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요. 관제사는 내가 탈출 지시를 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냐는 말을 하기도 했고요. 행동해야 하는 사람들의 지배적인 태도가 안일했던 것 같아요."

기록의 과정에서 "법과 제도를 운영하는 이들의 책임의식 부재는 절망"스러웠지만 그 안에서 희망도 발견했다.

"권한과 의무와는 상관없이 다른 사람을 구조하려고 했던 승객과 일부 선원, 어민들이 있었어요. 그들의 행위를 보면서 관행이라는 이름의 나태함, 지휘체계 뒤로 숨는 비겁함 속에서 우리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할 수 있다면 제2의 세월호는 발생하지 않을까라는, 그런 기대를 독자들이 얻었으면 좋겠어요."

방대한 기록 속에서도 풀리지 않는 의문은 어떤 것이 있을까. 지금까지의 기록을 살펴봤기 때문에 그 안에서 보이는 빈틈이 있을 법도 하다.

"배가 침몰하면서 물증이 없는 사건이 됐죠. 아직도 인양 전이고요. 아직도 확실히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해요. 배가 갑자기 우회전 한 것에 대해서 잘 모른다가 법원의 결론이에요. 화물이 쓰러졌다는 부분도 전문가들의 시물레이션과 보고서로 연쇄고리가 인정이 됐지만 당시 세월호는 배가 기울면서 CCTV도 꺼졌죠. 당시 진짜 화물이 쓰러졌는지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지만, 뒷받침할 다른 보조적인 간접 증거들이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기록으로 모든 '진실'이 밝혀진 것은 아니다. 아직도 남은 의문이 많다. 배는 아직도 물 속에 있다. 기록은 숙제를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의 시간이 흐르며 누군가에게 세월호는 '지겨운' 이야기가 됐다.

"부채의식으로 시작한 일이었어요. 1주기가 됐는데도 여전히 아무것도 밝혀진 것은 없고, 각종 음모론은 난무하는데 신뢰할 만한 자료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게 됐죠. 책에는 조사 기관에서 더 알아냈으면, 연구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담은 부분들이 많이 있어요. 이 기록이 앞으로 해야할 일에 대한 원동력이 됐으면 합니다. 세월호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또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고, 이를 들여다보는 것은 우리 사회를 진단하고,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해나가는데 발돋음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들여다보고 우리가 받은 상처를 돌아보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