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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총선 투표일인 지난 13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마련된 20대 총선 개표상황실에서 이종걸 원내대표, 정장선 총선기획단장과 함께 당선이 확정된 광명시을 이언주 후보 사진 옆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
20대 국회 출범을 한 달 남짓 남겨두고 서울 여의도 정가에서는 긴장이 감돈다. 정치, 사회, 교육, 경제 등 주요 부문에서의 쟁점법안을 둘러싼 힘겨루기의 양상이 불과 한 달 전과 천양지차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기 불과 8개월 앞서 출범한 19대 국회는 여당인 새누리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힘있는 여당이 출범한 만큼 원활한 당정협의로 박 정부의 국정수행에 탄력적인 행보가 기대되기도 했다.
반면 여당 단독으로 주요사항을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의회독재'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1964년 이후 52년만에 처음으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의 배경이기도 했던 테러방지법이 새누리당 단독처리로 통과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7월에는 국회법 등 쟁점법과 관련한 논란이 심화되면서 하도급계약 보호범위를 중견기업까지 확대한 하도급법, 크라우드펀딩 법제화 등의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등 무려 62개 법이 새누리당 단독처리로 일괄통과된 바 있다.
4·13 총선의 결과가 종전까지의 예상과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되면서 각 당은 물론 이해관계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당장 이번 총선을 통해 일약 1당으로 부상한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테러방지법이 통과되자마자 20대 의회에서 개정을 추진할 것을 천명한 바 있다.
세월호 특별법 등 종전까지의 여대야소 국면에서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던 쟁점분야에 대해서도 야당간 연대 움직임이 관측된다는 점도 4·13총선 이후 눈에 띄는 모습 중 하나다.
특히 전통적으로 여야간 의견차이가 컸던 경제부문에서의 입법이 어떻게 진행될지 여부도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의 서명운동 참가로 관심을 모았던 경제활성화법 등의 경우도 여당에서는 경제활성화를 명분으로 적극 지지를 천명한 반면 야당에서는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심화 우려를 제기하며 반대의견을 펼쳐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단 새누리당 측에서는 예상치 못한 총선결과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금까지 남아있는 서비스기본법, 노동법 등 민생법안을 비롯해 처리할 수 있는 것은 하고 안되는 것은 안되는 대로 20대에서 논의하자고 마무리지어야 할 것"이라며 "비상대책위원회부터 구성이 되고 당이 안정화가 돼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러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다음주 중 당정협의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선거에서는 졌지만 우리가 공약한 것은 이렇게 하겠다고 한 두어번 회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20대에서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며 "지금으로는 정해진 게 없고 앞으로 논의를 해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비해 1야당 더민주 측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이다. 더민주 관계자는 "20대 국회출범을 앞두고 여당과 정부 등이 19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법률들을 일괄처리하자고 나오겠지만 그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서비스기본법, 노동법 등 자기네들이 주장했던 법률에 불과하다"며 "금융소비자원 문제나 지배구조법 등 야당이 주목했던 법률들은 도외시하고 자기네들이 주장한 법만 통과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총선의 결과는 현 정부의 경제무능, 민생파탄과 이에 따른 비용을 사회적 약자들이 더 져야하는 현실에 대한 심판의 차원이었다고 이해한다"며 "그러면서도 경제활성화와 경제민주화 두 이슈를 함께 아울러 현 경제상황에 대한 대안을 어떻게 이끌어낼 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 정권에 대한 공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저성장, 불황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은 더민주 차원에서도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경제관련 상임위에 배치될 의원과 보좌진들이 내년 대선을 앞둔 1년여 기간 동안 나름의 경제활성화와 경제민주화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대안을 유기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민간업계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온 만큼 어느 쪽에 줄을 대야할 지 헷갈린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한 상장사 유관단체의 관계자는 "그간 과반의석을 여당이 차지한 상황에서는 치열한 논란 없이 주요 사항을 무리하게나마 통과시키려 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어느 한 당이 일방적으로 논의를 끌고갈 수 없게 되는 만큼 선의의 정책경쟁이 펼쳐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간 야당은 표결로 여당행보를 저지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반대표를 행사한 느낌이 있었으나 이제 더민주가 1당이 된 만큼 과거와 같은 행보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번 총선과정에서 더민주 측에 새로 영입된 주류경제 전문가나 기업인들이 합리적인 경제활성화, 경제민주화 대안을 내놓을 것인지도 업계의 관심사항"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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