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법학교수회와 사시 존치를 바라는 고시생 모임 등 사법시험 존치를 촉구하는 총 국민연대 소속 법학 교수와 학생들이 2015년 12월1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로스쿨 학생 사퇴서 즉시 수리와 사법시험 존치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사법시험 존치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20대 국회에서도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각 단체가 변호사시험법 개정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로스쿨 출신 단체장이 사시 출신 단체장을 징계해 달라며 낸 진정서가 기각된 사실이 알려졌다. 로스쿨과 연수원 출신 변호사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인천변회 "비방 의도 있다"며 진정서 기각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법조인협회(법학전문대학원 출신 변호사단체)의 회장 김정욱 변호사(37·변호사시험 2회)가 대한법조인협회(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단체)의 회장 김학무 변호사(36·연수원 39기)를 징계해 달라며 인천지방변호사회(인천변회)에 진정을 냈지만 기각됐다.

한국법조인협회는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을 통과한 변호사들로 구성돼 있으며 대한법조인협회는 사법시험에 합격한 변호사들이 모였다. 이 두 단체는 사시 존치를 두고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빠지지 않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이 입수한 김정욱 변호사의 진정서와 인천변회 결정문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해 5월 진정서에서 "김학무 회장이 변협에 교통사고 전문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았으면서도 자신을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라고 광고해 업무광고 규정을 위반했다"며 징계를 신청했다. 김학무 회장이 '모르면 당하고 알면 이기는 자동차 법률상식'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자신을 교통사고 전문변호사로 소개했단 것이다.

변호사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2010년 만들어진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변호사 전문분야 등록제도'는 변협에 전문변호사로 등록한 변호사만 해당 분야의 전문변호사로 광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변회의 결정문을 보면 인천변회는 "규정 위반은 맞다"면서도 진정을 기각했다. 징계를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그 이유로 "의뢰인 유치를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광고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비록 등록을 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교통사고 전문변호사로 활동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인천변회는 "진정의 의도가 사시 존치 갈등을 배경으로 상대 협회를 비난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도 기각 결정의 이유로 명시했다. 사시 출신과 로스쿨 출신 각 단체의 회장들이 관련돼 있어 진정서 자체가 사시 존치를 둘러싼 갈등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인천변회 관계자는 "회의를 통해서 결정된 내용"이라면서 "통상적인 결정 과정을 거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욱 한법협 회장은 "광고 규정 위반이 명확한 사실임에도 자의적인 이유를 들어 면죄부를 부여하고 전문변호사제도의 취지를 형해화한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전문 변호사 업무를 수행했다 하더라도 형식적으로 등록하지 않은 이상 위법이고 그 판단에 진정인이 누구이며 그 의도가 무엇인가가 개입되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학무 대한법조인협회 회장은 "출판사 관계자나 공저자의 사실확인서 등을 모두 제출해 소명할 수 있는 부분을 소명했다"며 "원고의 50~60%를 작성했고 마케팅 부분은 관여한 바가 없다는 부분이 입증됐기 때문에 당연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법 개정 안 되면 올해 치러진 사시 1차 시험이 마지막

현행 변호사시험법에 따르면 올해 있었던 사법시험 1차 시험이 마지막이다. 내년엔 올해 1차 시험에 합격한 수험생들을 위한 2차 시험만이 치러지게 된다. 변호사시험법 부칙은 사시를 2017년까지만 실시하고 2016년 1차 합격자 중 최종 합격하지 못한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2·3차 시험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사시를 계속 시행하려면 변호사시험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여러 의원들이 발의한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이 19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와 있지만 임기가 종료되는 5월 29일까지 통과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사실상 개정안이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사시 존치 논란은 결국 20대 국회로 이어지게 됐다.

법무부의 '사시 폐지 유예' 입장 발표 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법조인 양성제도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시 존치와 관련돼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법무부, 대법원, 교육부가 포함된 이 협의체는 지난 2월 구성됐으나 총선과 맞물려 아직 어떤 활동을 한 것 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사시 존치 논란 20대 국회에서 해결될까

여소야대 정국인 20대 국회에서 변호사시험법이 개정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서울 관악을에서 재선에 성공한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은 사법시험 존치 법안을 20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제출할 전망이다. 선거운동 당시 지원유세를 나선 원유철 원내대표와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도 오신환 의원에게 힘을 실어준 바 있다. 다만 사법시험 존치에 적극적이었던 새누리당 변환봉 후보(전 서울지방변호사회 사무총장)는 경기 성남시 수정구에 출마했으나 낙선한 점이 사시 존치 지지자들에겐 아쉽다.

사시 존치에 반대해 온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법사위원장과 전해철 법사위 야당 간사가 각각 4선과 재선에 성공했다. 사시 폐지를 주장하는 쪽에 힘이 실릴 수 있는 부분이다. 국민의당은 이제까지 사시 존치와 관련해 뚜렷한 의견을 낸 적이 없다. 김성식 국민의당 당선인이 서울 관악갑에서 당선돼 사시 존치론에 힘을 보탤 가능성도 있지만 지켜봐야 한다.

대한변협 사무총장을 역임한 이찬희 변호사(법무법인 정률)는 "사시 존치 문제는 이미 시험이 내년 초에 있어야 하는데 그걸 가지고 이제 와서 다시 존치한다 만다 하는 것은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면서 "20대 국회에서는 로스쿨 제도를 개혁하고 정비하는데 집중해서 로스쿨을 발전시키는데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즉 사시 폐지는 당연한 전제이기 때문에 이제는 로스쿨에 힘을 모아야 할 때란 얘기다.

대한법조인협회 김학무 회장(법률사무소 예담)은 "현재 상황은 협의체도 활동하지 않고 시간 끌기 전략으로 가고 있다"며 "국회 법사위 이상민 위원장이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회장은 "19대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20대 국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사시 존치라는 흐름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며 문제 제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