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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가명)씨에게는 4명의 자녀가 있다. 시진씨는 자녀 중 현모(가명)씨와 함께 생활하며, 생전에 현모씨에게 총 1억6000만원의 재산을 물려줬다. 생전에 모든 재산을 현모씨에게 물려줘서, 정작 시진씨가 사망할 때에는 시진씨 명의의 재산은 남아있지 않았다.
현모씨는 부모인 시진씨를 모시고 살았으니 상속재산에 기여한 부분이 있다며, 인천지방법원에 상속재산 분할 및 기여분 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분할 대상이 되는 상속 재산이 없기 때문에 상속재산분할청구는 부적법하고, 이를 전제로 한 기여분 청구 역시 부적합하다"고 판단, 청구를 모두 각하했다.
현모씨 외 다른 자녀들은, 부모의 재산을 현모씨가 모두 받아서 자신들의 유류분이 침해됐다며 현모씨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현모씨는 이 소송에서 자신의 기여분을 결정해줄 것을 주장하며, 유류분 기초재산에서 자신의 기여분 만큼은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상속재산 전액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 해당·기여분 청구는 부당"
대법원은 현모씨가 받은 1억6000만원 전부가 유류분 산정을 위한 기초재산에 해당하고, 기여분 청구 주장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즉, 1억6000만원을 기초재산으로 다른 자녀들의 유류분을 정하고, 현모씨의 기여분은 없다는 뜻이다(대법원 2015.10.29.선고2013다60753판결).
대법원은 "민법 제1008조의2(기여분), 제1112조(유류분), 제1113조 제1항(유류분의 산정), 제1118조(준용규정)에 비춰 보면, 기여분은 유류분과는 관계가 없다"며 "공동상속인 중 상당기간 동거·간호 등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이 있더라도 공동상속인의 협의·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기여분이 결정되지 않았다면 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서 기여분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설령 공동상속인의 협의·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기여분이 결정됐더라도 유류분을 산정할 때 기여분을 공제할 수 없고, 기여분 때문에 유류분이 부족해도 기여분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기여분'은 '상속재산분할심판'서 결정…결정없이 다른 재판에서 주장 못해
'기여분'은 공동상속인 중에서 피상속인, 즉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의 재산 유지·증가 등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이 있을 경우, 상속을 더 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공동상속인 중에 상당한 기간 동안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했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은 기여분을 주장할 수 있다.
공동상속인이 서로 협의해 기여분이 인정된 경우, 피상속인 사망 등으로 '상속이 개시된 시점에 피상속인의 재산에서 기여분을 뺀 것'을 상속재산으로 본다. 그리고 '법정상속분에서 기여분을 더한 금액'이 기여자가 받을 수 있는 상속재산이 된다.
기여분에 대해 공동상속인 간 협의가 안됐거나, 협의할 수 없을 때는 가정법원이 기여의 시기·방법·정도·상속재산의 규모 등 다양한 사정을 고려해서 기여분을 정한다(민법 제1008조의2).
기여분 청구는 상속재산분할심판절차에 따라 청구해야 한다(제1008조의2 제4항). 상속재산분할심판절차에서 기여분에 대한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유류분반환청구소송 등 다른 재판에서 기여분을 주장하거나 기여분 결정을 청구할 수는 없다.
현모씨는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하면서, 함께 기여분 청구를 했다. 하지만 그 전에 분할대상 상속재산이 없다는 이유로 청구는 각하됐고, 기여분은 결정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모씨는 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서 기여분 주장을 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이 사건에서 현모씨 외 자녀 3명은 각각 2000만원씩 유류분을 반환받게 됐다. 이는 상속재산 1억6000만원을 자녀수 4명으로 나눈 후, 유류분 비율인 50%를 곱해 반영한 금액이다.
'유류분' 계산할 때 '기여분'은 포함 안돼
만약 현모씨가 앞서 제기했던 상속재산분할심판에서 기여분 결정을 받았다면, 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서 '유류분 기초재산에서 기여분 만큼은 공제돼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상속이 개시될 때 가진 재산에 증여재산을 더하고, 채무의 전액을 공제'해서 정한다(제1113조제1항). 핵심은 '공제되는 것은 채무에 한정될 뿐 기여분은 공제 대상이 아니다'는 점이다.
'피상속인 상속개시 시점에 가진 재산'이 기여분을 공제하고 남은 재산을 의미한다고 해석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유류분의 기초재산을 정할 때 기여분을 고려해야 할 법적 근거는 없다. '피상속인 상속개시 시점에 가진 재산'이 '기여분을 빼고 남은 재산을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해석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상속재산분할심판에서 현모씨의 기여분이 결정됐더라도 유류분 기초재산에서 기여분을 공제할 수는 없는 결론이 나온다.
설령 공동상속인의 협의·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기여분이 결정됐어도, 유류분을 계산할 때 '기여분을 공제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입장은 이런 해석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류분의 금액을 정하는 기초재산을 계산할 때 기여분이 제외되지는 않지만, 기여분을 고려하느라 유류분보다 남은 재산이 적더라도 기여분을 달라고 할 수는 없다.
즉, 유류분 권리를 가진 사람은 피상속인의 증여·유증으로 유류분이 부족할 때, 부족한 한도 안에서 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1115조 제1항). 기여분이 인정되서 유류분이 부족하게 되더라도 유류분 청구권자는 기여자에게 기여분을 반환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 유류분반환청구는 증여·유증에 대해서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속분·기여분 고려하고 유류분은 어떻게 계산할까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자녀들이 받을 수 있는 재산은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
망인이 600만원의 상속재산을 남겼는데, 상속인으로 자녀 A,B,C,D가 있다. 망인은 생전에 A에게 이미 300만원을 증여했다. B는 A,C,D를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심판 및 기여분 청구를 했고, B의 기여분으로 300만원이 인정됐다.
이 경우 상속분을 산정하기 위한 상속재산총액은 600만원이다.
【600만원(상속개시 당시 피상속인의 재산)+300만원(A에게 증여한 재산)-300만원(B의 기여분)】
따라서 A,B,C,D의 본래 상속분은 600만원을 상속인 4명으로 나눈 150만원이다. 실제로 상속되는 금액, 즉 각각의 구체적인 상속분을 살펴보면, A는 이미 본래의 상속분보다 더 받았기 때문에 0원이다. B,C,D는 상속개시 당시 피상속인의 재산 600만원에서 B의 기여분 300만원을 제외하고 남은 300만원을 나눠 갖게 된다. 결국 C,D는 각 100만원씩 상속을 받고, B는 이렇게 나눈 100만원에 기여분 300만원까지 총 4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기초재산에서 기여분을 공제하지 않도록 하는 판례에 따라 유류분을 계산하면, 유류분액은 112.5만원이 된다.
【[600만원(피상속인의 상속개시 시점의 재산)+300만원(증여재산)]X1/4(법정상속분:자녀수)X1/2(유류분비율)】
C와 D는 유류분부족액 12만5000원을 A에게 반환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 기여분을 받은 B에게는 유류분 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 유류분이 부족해도 기여분의 반환을 요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정법원이 기여분을 결정할 때는 다른 공동상속인의 유류분을 고려하기 때문에, 기여분으로 유류분이 침해되는 일은 현실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위 사례에서 B의 기여분이 150만원으로 결정됐다면, 구체적 상속분을 산정하기 위한 상속재산총액은 750만원이다.
【600만원(피상속인의 상속개시 시점의 재산)+300만원(증여재산)-150만원(기여분)】
따라서 A,B,C,D의 본래 상속분은 187.5만원[750만원(상속재산총액)X1/4]이다. 그렇다면 구체적 상속분은 A는 0원, C와 D는 각 150만원[(600만원-150만원)X1/3], B는 300만원[150만원+150만원]이다. 이 경우 유류분액은 기여분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위 사례와 마찬가지로 112.5만원이 되고, 결국 아무도 유류분보다 적은 상속, 즉 침해를 받지 않게 된다.
◇유류분=법률상 유보된 상속재산의 일부분을 말한다. 누구든 유언을 통해 자신의 재산을 원하는 사람에게 물려줄 수 있지만, 일정 부분은 유족에게 줘야한다. 만약 정해진 한도보다 많이 물려줬다면 상속인은 돌려달라고,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사망 후 상속인의 생계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제도의 취지다.
◇유류분=법률상 유보된 상속재산의 일부분을 말한다. 누구든 유언을 통해 자신의 재산을 원하는 사람에게 물려줄 수 있지만, 일정 부분은 유족에게 줘야한다. 만약 정해진 한도보다 많이 물려줬다면 상속인은 돌려달라고,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사망 후 상속인의 생계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제도의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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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바른의 김상훈 변호사는 43회 사법시험(연수원 33기)에 합격해 법조인의 길에 들어섰다. 고려대에서 친족상속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의 상속법과 신탁법에 관한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주로 가사·상속·신탁·가업승계 등을 전문분야로 가족간 가족기업에서 발생하는 복잡다단한 이슈들을 상담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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