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조합 조합원들이 불투명한 부동산 경기를 이유로 현금청산을 받고, 조합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조합 입장에서는 현금지출이 많아져 사업진행이 어려워 질 것을 우려해 조합 정관을 변경(삭제)하고는 합니다.

국토해양부 표준정관에는 '이미 분양신청 한 조합원이라도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현금청산이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전국 대부분의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이 정관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조합들이 이 정관규정을 삭제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분양계약'은 흔히 말하는 '본계약'입니다. 동·호수 추첨을 하고 나서 계약자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갖고 조합으로 나오라고 할 때의 그 분양계약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정관변경이 과연 유효할까요? 유효하다면 어떠한 요건을 갖춰야 할까요?

분양신청자가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현금청산을 할 수 있다는 정관규정을 삭제하는 게 일단 유효하긴 합니다. 다만, 몇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효력이 발생합니다.

먼저 총회의 결의. 현금청산에 대한 정관규정 변경은 조합 총회를 열어 조합원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그 법적 효력이 인정됩니다.(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제20조 제1항 제17호, 제3항)

구청의 인가도 필요합니다. 정관변경은 관할행정청(주로 구청)의 인가 사항입니다. 정관을 변경하는 총회결의가 통과됐다고 해도 구청의 인가를 받기 전에는 효력이 없습니다.

정상적인 총회결의를 거쳐 변경되고 구청의 인가를 받은 정관은 법적으로 효력이 발생합니다. 분양신청을 이미 한 조합원들은 총회에서 반대의사를 적극 표시해 정관변경의 건이 통과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현금청산에 대한 정관규정 변경이 적법 절차를 거쳐 법적효력이 인정되더라도 그 소급효에 대해선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미 분양신청을 했지만 (현금청산에 대한) 정관규정 변경 이전에 현금청산 의사를 표시한 조합원들에 대해서도 변경된 정관규정을 적용하면 불합리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 명확한 대법원 판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합니다.

분양신청을 했더라도 조합정관 규정이 변경되지 않았다면 현금청산이 가능합니다. 또, 정관규정이 변경됐어도 그 유효성을 다툴 수 있고, 유효한 정관규정도 최종적으로 소급효가 없다고 주장해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해당 분야의 전문변호사와 △ 조합의 정관 △ 조합 인가상황 △ 대법원 판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응하는 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