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의 눈] 말많고 탈많던 사시존폐 논란…'로스쿨 보완 필요성' 공감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시험 존치를 내용으로 하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의 국회 법사위 상정 불발과 관련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 학생들이 4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시험 존치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19대 국회에서 사법시험 존치를 골자로 하는 법안들이 폐기됐다. 마지막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가 열렸던 지난 17일 오후 국회의사당 4층 법사위 소회의실 앞에는 나승철 변호사, 하창우 변협 협회장 등이 서성였다.

이날은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 자문위원회도 동시에 열려 사시존폐 논의가 19대에서 어떻게 마무리될지가 주목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대다수의 예상대로 소위에선 의사일정상 후순위였던 사시존치 법안들을 굳이 앞당겨 심사하지 않았다. 꺼진 불씨를 살려 보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다음날로 예정된 법사위 전체회의 안건으로 바로 올려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18일 여야3당 간사 협의끝에 결국 그런 예외적 상정은 하지 않기로 결정됐다.

수년간 법조계와 정치권은 물론이고 사회 주요 이슈로 뜨겁게 다뤄졌던 사시존폐 논란이 일단 19대에선 일단락 되는 모습이었다. 20대 국회에서 관련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법안은 폐기됐지만 일각에서는 성과도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가운데 하나가 '로스쿨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고비용과 입시 불투명성이 로스쿨의 대표적 취약점이다. 사시존치측은 집요하게 이런 점들을 물고 늘어졌다. 교육부 발표 등으로 로스쿨 입시에서 부모 직업을 기재하는 등의 문제가 일부 발견됐다. 부정청탁에 의한 합격 등 결정적인 부정행위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로스쿨 입시 불투명성에 대한 의혹은 여전하다.

그런데 이에 대한 로스쿨 운영주체, 특히 로스쿨 원장들의 입장은 일반의 생각과 많이 다르다. 자기소개서의 부적절한 기재는 위법사항도 아니고 그에 대한 규정도 없었기 때문에 사소한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로스쿨협의회가 지난 13일 총회를 열어 입학전형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으면서도 각 학교에 이를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이는 각 로스쿨 운영주체인 각 학교와 원장 등의 상황 인식이 일반 국민들과 크게 괴리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은 만에 하나라도 이른바 '금수저' 부모의 자제들이 더 쉽게 로스쿨에 입학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면 그 자체를 '부정'이라 여긴다. 이는 법리적 문제가 아닌 '국민 정서법' 영역이다.

아무리 로스쿨 입시에 직접적 부정청탁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여론은 로스쿨이 '금수저'에게 더 유리한 제도로 읽힐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응시원서나 자기소개서 가이드라인을 강제할 수 없다는 인식은 너무 안일하다. 게다가 "부모·친인척 신상을 쓰면 무조건 실격이라는 제재 등에 대해 법리 판단을 먼저 해야 한다"는 협의회 전 이사장의 발언 등은 원론적으로 맞는 말이라도 적절치 않다.

오히려 로스쿨협의회에서 먼저 나서 철저히 입학에서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부모신상 기재금지와 외부면접관 도입을 의무화하겠다고 나섰어야 했다. 아직도 각 로스쿨은 '학교 재량'에 미련을 갖고 있는 듯 하다. 협의회나 각 원장들이 '재량권'을 주장하려면 지난 8년간 스스로 로스쿨제도를 보완했어야 하는게 맞다.

사시존치론이 힘을 얻은 배경에는 지나친 로스쿨의 '자율권' 보장이 한 몫했다. 미국 로스쿨식 자율권이 한국 로스쿨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지도 꽤 됐다. 그동안 로스쿨에 모든 걸 맡겨뒀던 교육부도 결국 최근에서야 등록금 인하를 유도하고 입시를 점검하고 있다.

사시존폐 논란은 올해 마무리된다. 결론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긴 어렵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떤 식으로든 로스쿨 보완이 이뤄질 것이란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