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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남씨 시조의 5세손인 남재는 조선왕조 개국 1등 공신으로 의령부원군으로 봉해졌다. 시호는 충경공으로, 남양주시에 묘와 제사를 지내는 사당이 있다. 충경공의 제사주재자들과 직계 후손인 A씨(원고)는 지난 282년간 이곳 사당에서 매년 제사를 지냈다. 이들은 이 토지를 관리하면서 그 수익으로 제수비용을 충당해 왔다.

'의령남씨 충경공파 종회(종회·피고)'는 1981년부터 1995년까지 남양주시 토지에 대한 소유권보존등기 또는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2006년 한국토지공사가 이 땅을 넘겨받으면서, 종회에 196억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했다.

종회는 토지 수용 이후, A씨가 제수비용 외에 생활비까지 종회에 요구한다며 2009년2월 정기총회에서 '충경공의 제사주재자를 종회 대표자인 회장으로 한다'는 내용을 결의했다. 2010년2월 정기총회에서도 'A씨와 후손을 충경공에 대한 봉사손의 지위에서 박탈하고 사당, 재실, 묘 관리, 제사주재 등 모든 봉사를 종회에서 직접'하기로 했다

A씨는 "나는 종손으로 제사주재자가 맞는데 종회는 아니라고 하니 이를 확인해달라"며 '제사주재자 지위확인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종회는 "A씨는 봉사손에 불과할 뿐 충경공의 종손도 아니고 제사주재자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각하 결정…소송의 이익이 없다"

대법원은 "누가 제사를 맡아서 지낼 것인지 확인하는 소송인데, 이 소송은 법률상 이익이 없어 부적합하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재산를 두고 다투는 등 구체적인 권리 또는 법률 관계와 관련성이 있는 경우, 다툼을 해결하기 위한 전제로 제사주재자 지위를 확인하는 것은 법률상의 이익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와 무관하게 공동 선조에 대한 제사를 누가 지내는지 자격에 관한 시비, 제사 절차를 누가 진행할 것인지 등을 두고 제사주재자 지위 확인을 하는 것은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제사용 재산은 제사 모시는 사람에게"

우리나라 상속법은 상속인들 간 평등·분할 상속을 원칙으로 한다. 이런 상속원칙의 유일한 예외가 바로 '제사용 재산'이다. 제사용 재산이란 '조상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필요한 재산'을 말한다. 민법 제1008조의3은 '분묘가 있는 3000평 이내의 금양임야와 600평 이내의 묘토인 농지, 족보와 제구(제사도구)' 등을 제사용 재산으로 정해놨다.

'금양임야'란 '조상의 분묘를 수호하기 위해 벌목을 금지하고 나무를 기르는 산'을 말한다. '묘토'란 거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분묘관리와 제사비용 등을 충당하는 농지를 뜻한다. 전통적으로 '위토'라고 불렀다. 제사용 재산은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단독으로 갖고 상속세도 면제된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2조).

문제는 '누가 제사주재자인가'다. 1990년 민법 개정 전에는 '호주상속인이 제사용 재산을 승계한다'고 정해져 있어, 호주상속인이 제사주재자라는 점에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개정 전 민법 제996조).

그러다가 민법이 개정되면서, 호주상속제도가 폐지되고 '호주승계제도'가 도입됐다. 이때 제사용 재산의 승계인이 '제사를 주재하는 자'로 바뀌었는데, 이를 두고 '호주승계인'인지 '실제 제사를 주재하는 자'인지 의견이 갈렸다. 당시 판례는 '종손'을 제사주재자로 봤다.

그러나 이 판례도 2008년 11월2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면서 바뀌었다(2007다27670). 누가 제사주재자가 될 것인지 상속인 간에 합의가 안됐으면 장남이, 장남이 없으면 장손이, 장손도 없으면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는 것이 현재 대법원의 견해다.

이 사건에서 피고 종회가 '원고는 충경공의 종손도 아니고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부합하는 제사주재자도 아니니, 충경공의 제사주재자가 아니다'고 주장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재산 다툼'이라면 지위확인 가능할까?

그러나 이 사건은 원고 A씨가 제사주재자인지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다. 제사용 재산이 누구 것인지를 두고 다툴 때야 제사주제자가 누구인지 법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는데, A씨는 남양주시 필지가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하고 있지 않다. 재산이 누구 것인지는 다투지 않으면서 제사주재자인 것만 인정해달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 대법원이 판시한 것처럼 확인의 이익이 없다.

만약 원고가 "부동산이 제사용 재산이고 내가 제사주재자이니 소유권은 나에게 있다"고 주장하면서 제사주재자 지위확인청구를 했다면 어떻게 될까?

'확인의 소'는 원고의 법적 지위가 불안·위험할 때, 판결을 받는 것이 이 불안과 위험을 제거하기에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 인정된다(대법원 2006.3.9.선고2005다60239 판결 등 참조).

제사주재자와 제3자가 제사용 재산의 소유권을 두고 다툴 경우, 이는 일반적인 재산 다툼과 같다. 제3자를 상대로 제사주재자 지위 확인을 할 것이 아니라, 직접 이행청구나 권리관계 확인청구를 해야 한다. 설령 이들이 제사용 재산의 소유관계를 두고 싸우더라도,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직접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해야 하는 것이지 지위확인청구를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 A씨가 소유권을 주장하며 제사주재자 지위확인의 소를 제기했더라도, 이는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적 지위에 현존하는 위험이나 불안정을 제거할 수 있는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어서 역시 각하될 것이다.

그렇다면 제사주재자확인의 소가 인정되는 것은 어떤 경우일까? 상속인들 사이에 제사용 재산의 소유권을 두고 다툼이 생겼을때, 즉 장남이 동생들을 상대로 하는 제사주재자 지위확인의 소는 허용될 수 있다.

법무법인 바른의 김상훈 변호사는 43회 사법시험(연수원 33기)에 합격해 법조인의 길에 들어섰다. 고려대에서 친족상속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의 상속법과 신탁법에 관한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주로 가사·상속·신탁·가업승계 등을 전문분야로 가족간 가족기업에서 발생하는 복잡다단한 이슈들을 상담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