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경매 절차에서 거의 의미가 없어진 상사유치권에 대해 살펴보자.(대법원 2010다57350 판결) 

상사유치권은 상인 간의 상행위로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경우에 채권자가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채무자에 대한 상행위로 그가 점유하고 있는 채무자 소유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수 있는 권리다. 상법 제58조에 규정돼 있다.

상사유치권은 민사유치권과 다르게 목적물과 점유 사이의 견련관계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상사유치권은 성립 범위가 무한정 확장될 수 있다. 또 유치권의 성질을 가져 민사집행법상의 인수주의가 적용돼 담보물권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

인수주의는 부동산 경매 시 기준이 되는 권리보다 먼저 취득한 권리들은 경매로 인해 낙찰되더라도 새로운 매수인의 부담으로 남게 되는 것을 말한다. 유치권은 인수주의에 따라 새로운 부동산 매수인이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권리다. 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상사유치권의 인수주의를 포기했다.

대법원 판결 통해 상사유치권 인수주의 포기…"선순위 근저당권자에게 대항 못 해"

B씨는 A사로부터 점포를 분양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대금 중 일부를 납입한 상태에서 2006년 8월 점포를 인도 받아 점유했다. C은행은 2006년 9월7일 A사에 대한 대출금 채무의 담보를 위해 B씨가 점유하고 있는 점포를 포함한 상가 건물 전체 점포에 대해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그 후 A사에게 돈을 받지 못하자 C은행은 근저당권에 기한 부동산임의경매를 신청해 경매절차에서 B씨의 점포 등을 낙찰받아 소유권을 취득했다.

이에 대해 B씨는 A사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C은행의 담보권설정과 실행에 의해 이행불능이 됐으므로 이를 변제 받을 때까지 자신이 점유하고 있던 점포를 유치할 권리인 상사유치권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C은행을 상대로 유치권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대법원은 이전과 다르게 새로운 법리를 만들어 판단했다. 대법원은 "상사유치권은 민사유치권과 달리 그 피담보채권이 목적물에 관해 생긴 것일 필요는 없지만 유치권의 대상이 되는 물건은 채무자 소유일 것으로 제한돼 있다"며 "이는 성립 당시 채무자가 목적물에 대하여 보유하고 있는 담보가치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물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또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해 이미 저당권이 설정돼 있는 상태에서 채권자의 상사유치권이 성립한 경우 상사유치권자는 채무자 및 그 이후 그 채무자로부터 부동산을 양수하거나 제한물권을 설정 받는 자에 대해서는 대항할 수 있다"면서 "그렇지만 선행저당권자 또는 선행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절차에서 부동산을 취득한 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그 상사유치권으로 대항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유치권 성립 당시 이미 그 목적물에 대해 제3자가 권리자인 제한물권이 설정돼 있다면 상사유치권은 제한된 채무자의 소유권에 기초해 성립할 뿐이고 기존의 제한물권이 확보하고 있는 담보가치를 사후적으로 빼앗을 순 없단 얘기다.

판결이 선고될 당시 경매전문가들이 상사유치권이 신고돼 있는 물건만을 찾아서 낙찰받아 수익을 올렸다는 후문이 들려올 정도로 획기적인 판례다. 유치권이 존재하는 건물의 경매 절차에서 경매를 낙찰받은 사람은 민사집행법상 인수주의 원칙으로 유치권에 관련한 금액까지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낙찰대금은 유치권 금액만큼 하락하게 된다. 이로 인해 유치권보다 먼저 발생한 근저당권자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법원은 어떻게 해서든 유치권의 성립범위를 축소해석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 판결에서 상사유치권 만큼은 이전에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면 근저당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해 사실상 인수주의를 포기했다. 그 결과 상사유치권은 사실상 경매에서 의미가 없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