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현장에 시멘트와 모래 등 건축자재를 공급한 것만으로는 유치권의 인정 요건 중 하나인 견련 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적법한 유치권자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있다.(대법원 2012. 1. 26. 선고 2011다96208 판결)

1억원 가치의 건물에 관해 1순위 근저당권자가 근저당을 설정할 당시 1억원을 모두 받을 것을 예상하고 담보가치를 설정한다. 2순위는 1순위가 먼저 배당받을 것을 고려하여 나머지 금원에 대하여 담보를 설정한다.

그러나 민사집행법으로 유치권이 근저당권자보다 훨씬 후에 발생하였더라도 유치권자로 인해 선순위 근저당권자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생긴다. 최초 자신이 배당받을 것을 감안해 근저당을 설정했다. 그런데 뒤늦게 유치권의 발생으로 인해 유치권 금액이 공제된 나머지 금액으로 낙찰되기 때문에 실제 근저당권자는 자신의 예측과 다른 금액을 배당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이는 민사집행법이 인수주의를 택하고 있는 까닭이다. '인수주의'란 부동산 경매 시 기준이 되는 권리보다 우선해 취득한 권리들은 경매로 인해 낙찰되더라도 새로운 매수인의 부담으로 남게 되는 것을 말한다. 유치권은 인수주의에 따라 새로운 부동산 매수인이 그대로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잘 알아봐야 하는 권리 중 하나다.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 법원은 가급적 유치권의 인정범위를 좁히는 판결을 선고하고 있다. 대상 판결역시 그와 같은 취지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판례다.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A씨는 X건물 신축공사를 맡은 회사에게 시멘트, 모래 등 건축자재를 공급했고 대금 중 일부를 지급받지 못했다. B씨는 그 이후 강제경매절차에서 X건물을 낙찰 받아 소유권을 취득했다. A씨는 X건물에 거주하면서 전입신고를 했고 이후 경매절차에서 건축자재대금채권이 있다며 유치권 신고를 했다. 이에 B씨가 A씨에게 유치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A씨의 건축자재대금채권은 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채권에 불과할 뿐 건물 자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봤다. 따라서 유치권의 인정 요건 중 하나인 견련 관계를 충족하지 못해 유치권은 인정되지 않는단 얘기다. 

유치권을 인정하는 기본적 취지는 물건에 일정한 가치를 투여한 자의 부당한 손실을 막는 것이다. 또 동시에 물건의 소유자 또는 채무자에 대하여 가치 상승분만큼의 부당한 이득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취지를 구현하고자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의 범위와 관련해 그 물건에 관해 생긴 채권임을 요구하는 것이다.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면 대법원 판결은 지극히 타당하다. 실제로 직접 건물의 가치를 상승시켰던 자에 한정해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