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형제인 A와 B는 (주)올바른상사란 회사를 설립해 2만주를, 사이좋게 만주씩, 각 50% 지분율로 나누어 가졌다. 그런데 회사가 점점 커지고 이익이 많이 나기 시작하면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동생 B는 회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형인 A를 몰아낼 욕심이 생겼다.
동생 B는 신주를 발행해 자신이 전량 취득하기로 마음먹었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신주를 발행하더라도 A, B가 같은 비율로 신주를 인수할 권리를 가지기 때문에 이를 통해 지분율을 높이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형인 A는 변변한 재산이 없어 신주를 인수할 형편이 안 되는 반면, 동생인 B는 막강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B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주)올바른상사의 정관이었다. 정관은 '발행할 주식의 총수'를 2만주로 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관에 따른다면 새롭게 주식을 발행할 수가 없었다. B는 정관상 '발행할 주식의 총수'를 무시하고 추가로 2만주를 발행한 뒤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발행할 주식의 총수는 10만주'로 정관을 변경했다.
A는 신주발행이 '발행할 주식의 총수'를 넘은 것이었기 때문에 당연 무효이고 당연 무효인 주식들을 통한 위 정관변경도 당연무효라고 생각하여 신주발행무효의 소와 임시주주총회 결의 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과연 A는 자신의 생각대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을까?
신주 발행은 '무효'지만 의결권 행사는 '유효'
결론부터 말하면 A는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지 못했다. 법원은 정관상 '발행할 주식의 총수'를 넘은 2만주의 신주발행은 무효라고 하면서도 신주의 의결권 행사는 유효하다고 봤다. 또 이 의결권 행사에 기초한 정관 변경과 정관 변경이 이뤄진 임시주주총회 또한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다.
판례에 따른다면 B는 변경된 정관에 근거해 앞으로 '발행할 주식의 총수'인 10만주까지 최대 8만주를 추가로 더 발행할 수 있다. 자신의 자금으로 주식을 인수해 (주)올바른상사를 확실하게 자신의 회사로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언뜻 보면 이해가 잘 가지 않을 것이다. 분명히 (주)올바른상사의 과거 정관에는 '발행할 주식의 총수'를 2만주로 제한하고 있었고 B는 무리하게 이를 넘는 주식을 발행했다. 게다가 법원에서는 이 같이 '발행할 주식의 총수'를 넘는 주식발행은 무효라는 A의 주장을 받아들여 2만주의 신주 발행이 무효라는 판결까지 내렸다. 그런데 어떻게 '발행할 주식의 총수'가 10만주로 늘어나게 됐을까?
그 이유는 우리 법이 신주발행무효판결에 대해 '장래효력'만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상법 제431조 제1항은 "신주발행무효의 판결이 확정된 때에 신주는 장래에 대하여 그 효력을 잃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신주발행이 사후에 무효라는 판결을 받더라도 그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유효한 것이므로, B가 추가로 취득한 2만주의 신주에 대해서도 의결권 행사는 가능하며, 의결권행사를 통해 정관상 '발행할 주식의 총수'를 10만주로 높인 임시주주주총회결의 또한 유효한 것이다.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소송 했다면…
자금이 없던 A로서는 자신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만일 A가 자금만 탄탄했다면 50대 50 으로 B와 동일한 비율로 주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B가 신주를 발행하더라도, 기존 주주에게 우선 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상법에 따라 A에게도 신주인수권이 부여될 것이다. A가 신주를 인수하면 A와 B는 그 비율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제3자 배정방식의 신주발행도 가능하지만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하므로 B가 제3자 배정방식을 시도하는 경우 A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다툴 수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A에게는 신주를 인수할 만한 자금이 없었다. 다만,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정관에 규정된 '발행할 주식의 총수'의 한도까지 이미 주식을 발행한 상태라 B로서는 추가로 신주발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법리에 밝았는지 아니면 무모했는지는 잘 알 수 없으나 B는 '발행할 주식의 총수'에 관한 정관 규정을 무시하고 신주를 발행했고, A는 신주발행무효소송만 제기한 채 손을 놓고 있었다.
만일 A가 신주발행무효판결이 소급효가 없다는 점을 미리 인식하고, 위 신주에 대해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등의 단행적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위 주식들이 정관변경에 활용되는 것을 막았더라면, 이 사건 결론과 같이 경영권을 빼앗기고 동생회사로부터 거의 쫓겨나다시피 하는 불행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미 정관 변경까지 마친 상태에서 필자를 찾아오는 바람에 크게 돕지 못한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주주총회결의취소의 소는 결의 날로부터 2개월 내에, 신주발행무효의 소는 신주를 발행한 날부터 6개월 내에 제기해야 하는 등 경영권 분쟁 관련 소송들은 매우 짧은 제소기간을 두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신속한 소제기가 필수다.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소제기뿐 아니라 주주총회 개최금지 · 결의금지 · 결의효력정지 가처분, 의결권행사금지 · 행사허용 가처분, 자기주식 취득 · 처분금지 가처분 등 다양한 단행적 가처분을 통해 신속하고도 효율적인 공격방어방법을 잘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