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장기 조사'라는 수식어가 붙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은행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사건에 대한 처분 결과가 늦어도 다음 달 중으로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CD금리는 2012년 12월까지 은행권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금리로 사용했던 지표다. 공정위는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리기 위해 CD금리를 담합했다고 보고 4년 동안 조사를 했다. 이후 지난 2월 '담합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6개 은행에 서면으로 보냈고, 은행으로부터 최종 소명 의견서도 받았다. 당초 4월로 예정됐던 CD금리 담합 관련 전원회의를 6월에 열기로 했다. 이날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CD 금리 담합 조사…외국의 LIBOR 조작 사건에서 영향

우리 CD금리 담합에 대한 조사는 외국에서 이미 한 차례 홍역을 치른 LIBOR(리보) 조작 사건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

'리보 조작 사건'은 국제금융시장의 중심지인 영국 런던의 은행 등 금융기관끼리 단기자금을 거래할 때 적용하는 은행간 금리인 리보를, 전 세계 주요 은행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조작한 사건이다. Barclays, UBS, RBS 등 전세계 주요 은행들은 위와 같은 금리조작 혐의를 인정하고 감독기관과 적게는 5000억원, 많게는 1조5000억원 가량의 막대한 벌금을 납부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미국에서는 기관투자자들, 지방자치단체는 물론이고 리보 금리를 기초로 한 일반 주택 담보대출자들이 이들 은행들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지만, 1심에서 패소하고 지금까지도 소송 중이다.

리보 조작 사건이 2012년 발생했는데도,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던 이유는 리보가 다양한 만기에 적용되는 단일한 대표 지표금리였던 영국, 미국 등과 달리 우리는 다양한 금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만기 1일(익일물)의 경우 콜금리, 만기 3개월(또는 91일물)의 경우 CD금리 또는 코리보금리, 만기 3년의 경우 국고채금리 또는 우량회사채 금리 등을 사용했다.

공정위는 리보 조작 사건이 발생하자 이들 중 당시까지 가장 많이 쓰였던 기준금리인 CD금리 담합 여부를 조사했다.

CD 금리 담합 인정…"어려울 듯"

다음 달 열리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시중은행의 CD금리 담합 혐의를 인정하면 행정소송은 물론, 리보 조작 사건에서 본 것처럼 수많은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이 봇물처럼 터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들 소송 결과를 미리 다 예측할 수는 없다. 다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리보 조작 사건에서도 인정되지 않은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CD금리 사건에서 인정되기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

CD금리 산출은 시중 은행의 자료 제공에 의존한다는 방법론적인 측면에서는 리보 금리 산출 방법과 유사하다. 하지만 리보 금리가 치명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는 예상금리(다른 은행으로부터 '실제로 돈을 빌릴 때 지불했던 금리'가 아니라 '돈을 빌릴 때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리') 적용 방식을 사용한 데 반해, CD금리는 실제 CD를 발행하면서 적용한 금리를 이용해 산출한다. 리보 금리와 CD금리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CD금리 관련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 등 일부에서는, 몇몇 은행이 CD 금리를 높거나 낮은 금리로 발행하면 CD 금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특히 CD의 거래 규모가 급격히 줄어든 2011~2012년의 경우 조작의 위험성은 훨씬 높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CD거래 규모가 줄어들었다는 것이 CD금리를 결정하는 은행들의 CD금리 조작 사실을 증명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