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익명성을 이용한 '악성 댓글'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면서 악성 댓글에 따른 피해 신고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유명 프로게이머 임요환씨와 결혼해 가정을 꾸린 연예인 김가연씨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리의 결혼과 가정생활을 둘러싼 각종 루머를 양산하고 근거 없는 비방을 하는 악성 댓글들을 모두 캡처해 고소하고 있다"며 "덕분에 이제 내 기사는 악성 댓글 없는 청적 구역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악성 댓글의 생산·유통이 연예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까지 광범위해지고 있다.

◇ '악성 댓글' 타인 명예훼손 땐 최고 7년 징역

일반적으로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때에 성립(형법 제307조)한다. 명예훼손죄 요건인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불특정한 사람들에 대한 것이라면 그 사람들이 다수이든 소수이든 상관 없고, 다수인이라면 특정한 사람들이든 불특정한 사람들이든 묻지 않는다는 의미다.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의 의미와 관련해선 법 학자들 간에 입장이 나뉜다. 말을 전달 받은 사람이 다른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그 말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는 '전파성 이론’과 불특정 또는 다수의 사람들이 전해들은 사실을 현실적으로 인식했는지와 상관없이 직접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고 보는 '직접 인식 가능성설'이 있는데, 우리 대법원은 전자의 입장을 취한다.

알린(적시한) 사실이 사실인지 허위인지는 형량의 차이일 뿐, 둘 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함에는 차이가 없다. 진실한 사실로도 사람의 명예는 충분히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명예훼손죄에서 훼손됐다고 하는 명예란 무엇일까? 명예는 △ 사람의 인격에 대해 외부적으로 주어지는 명성이나 사회적 평가인 외적명예 △ 사람의 고유한 내면적 인격가치인 내적명예 △ 자기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주관적 평가인 명예감정 등을 포함한다. 이 가운데 명예훼손죄에서 보호하는 명예는 일반적으로 평가가 가능한 외적명예다.

온라인을 통한 이른바 '사이버 명예훼손'을 하는 경우 형법이 아닌 특별법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 따로 규정을 두고 있다. 어떤 사안에 대해 특별한 규정을 두는 특별법은 일반적 사안에 대해 규정한 일반법에 우선해 적용된다. 따라서 사이버 명예훼손죄는 형법이 아닌 정보통신망법으로 처벌된다.

◇ 댓글에 욕설달면 '모욕죄'

사이버 명예훼손죄의 경우도 일반 명예훼손죄와 같은 요건에 명예훼손 방식이 오프라인에서가 아닌 온라인상이었다는 점만 추가되지만 형량은 일반 명예훼손죄보다 훨씬 무겁다. 일반 명예훼손죄는 진실한 사실로 명예를 훼손할 때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거짓된 사실로 명예를 훼손할 때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반면 사이버상에서 이뤄지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더 엄하게 처벌한다.

이는 '사이버상에서의 명예훼손을 일반 명예훼손보다 강하게 처벌하는 것은 인터넷의 특성인 시공간의 무제한성과 신속한 전파성으로 더 큰 피해가 일어난다'는 점을 고려한 입법자의 결단으로 해석된다. 물론 명예훼손죄는 피해자 자신의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지만 피해자 측의 고소가 없어도 검사가 기소를 할 순 있다.

최근 한 인터넷 카페에서 댓글로 토론을 펼치던 중 감정이 격해져 상대방에게 '무뇌아'라는 댓글을 달았다가 벌금 30만원이 확정된 대법원 판결이 있다. 형법상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때에 성립(형법 제311조)한다. 공연성은 명예훼손에서와 같은 의미이며 '모욕'은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보통 댓글로 욕설을 하면 모욕죄에 해당된다. 그러나 욕설이라는 것이 비단 심한 욕설만은 아니라는 게 이 판결로 다시 대중에 알려진 셈이다. 모욕죄는 명예훼손죄와는 달리 친고죄다. 피해자가 친히 고소를 해야 검사가 기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소 없이도 검사가 기소할 수 있는 명예훼손죄와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피해자는 댓글을 캡처하는 등 증거를 수집해 직접 고소를 할 필요가 있다.

◇ 피해자들의 적극 대처도 필요

악성 댓글 피해자들은 인터넷으로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거나 자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할만한 조롱이나 욕설을 쓴 게시글을 발견하면 그 즉시 해당 포털 등에 신고 조치를 의뢰하고 형사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을 알리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사용자들은 법적인 처벌에 앞서 스스로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