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68).

위험성이 검증되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사용자에게 피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68)에 대한 사건을 심리 중인 법원이 재판을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 오전 10시30분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이후 매주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 심리로 17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는 "이 사건은 즉시처리 사건으로 지정된 만큼 가장 우선적으로 처리할 예정이다"며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되 그 과정에서 피고인과 변호인의 방어권이 침해되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해서는 검찰의 협조가 절대적이다"며 "변호인이 검토해야 할 검찰측 증거자료의 양이 방대한 만큼 열람등사와 변론 준비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지 않도록 힘써달라"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는 법원이 형사 재판의 불필요한 지연을 막기 위해 지난 2월 설치한 집중증거조사 재판부 세 곳 중 한 곳이다. 집중증거조사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매일 공판기일을 열어 서증조사와 증인신문 등을 진행한다.

신 전 대표와 함께 기소된 옥시 전 연구소장 김모씨(55), 전 선임연구원 최모씨(47), 옥시와 함께 다수의 피해자를 낸 살균제 제조업체 세퓨, 세퓨 제품을 개발해 판매한 버터플라이이펙트의 전 대표 오모씨(40)도 같은 재판부의 심리를 받는다.

한편 검찰은 신 전 대표 등에 대한 사기죄 적용 등 추가 기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존 리 전 옥시 대표(48)를 비롯해 가습기살균제 원료공급업체 CDI, 제조사 한빛화학 등 관련자 2~3에 대한 추가 기소를 고려하고 있다. CDI는 SK케미칼로부터 가습기살균제 원료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납품받아 옥시에 공급한 업체다. 한빛화학은 SK케미칼로부터 PHMG를 사들여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뒤 옥시 상표를 붙여 판매한 회사다.

이밖에도 검찰은 자체브랜드(PB) 가습기살균제 상품을 개발해 판매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관련자 10여명에 대한 추가 기소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신 전 대표는 2000년 10월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을 시장에 내놓을 당시 옥시를 이끌었다. 그는 제품에 들어간 PHMG 성분의 인체 유해성을 알 수 있었는데도 흡입독성 실험을 벌이지 않고 피해를 발생시켜 가장 중한 책임자로 지목됐다.

앞서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 221명 중 177명이 옥시 제품을 썼다고 결론지었다. 사망자 94명 중엔 70명을 옥시 소비자로 파악했다. 세퓨의 경우 피해자는 27명, 사망자는 14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