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천경자(1924∼2015) 화백의 작품인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는 '미인도'./사진=뉴스1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과 관련해 천 화백 유족 측이 국가를 상대로 냈던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다만 이 판결이 미인도가 위작인지 아닌지를 판단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지난 4일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이란 본격적인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것을 말한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 소개된 미인도에 대해 천 화백이 "자기 새끼를 못 알아보는 어미가 있느냐"며 위작이라고 선언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미술관 측과 관련 관계자들은 작품이 진품이라고 주장했고 이에 천 화백은 절필을 선언하고 미국으로 이주했다.

천 화백의 유족 측은 프랑스 뤼미에르 광학연구소에 작품 감정을 의뢰해 2015년 12월 진품일 확률이 '0.00002%'라는 결과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유족 측은 2016년 4월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6명을 사자명예훼손 및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유족 측은 진품이 아니라는 작가 의견을 무시하고 허위사실 유포로 천 화백 명예를 훼손했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지만 검찰은 해당 작품이 진품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에 검찰은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5명을 무혐의 처분하고 관계자 1명만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당시 감정위원들은 붓터치, 선의 묘사 등에서 미인도와 진품 사이에 동일한 특징이 나타난다며 이를 진품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족 측은 이에 반발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검찰이 중요한 증거인 작가의 위작 확인 여부를 의도적으로 배제했고 검사가 감정절차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김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