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사진=뉴시스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과 관련, 현직 검찰 수사관이 조직의 방향을 논의할 전국 수사관 회의를 열어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했다.

일선 검찰청 소속 8년 차 김모 수사관은 9일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검찰 구성원들끼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형사사법 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나눠야 한다"며 "대검 운영지원과는 조속히 전국 수사관 회의를 열어달라"고 밝혔다.

김 수사관은 정부가 검찰청 폐지를 확정한 것을 비판했다. 그는 "검사도 아니고 일개 말단 공무원일 뿐이지만 검찰청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과 친척들에게,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희는 노조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해야 한다"며 "수사를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를 할 수도 없어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란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검찰 수사관들이 모여 검찰 내부 상황과 관련한 회의를 진행한 건 2022년 4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대응 회의가 처음이다. 당시 서울고검 소속 검찰 수사관 280여명이 서울중앙지검에 모여 "수사관의 전문화된 수사역량이 사장돼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게 될까 봐 심히 우려된다"는 입장을 냈다.

김 수사관은 "검수완박 사태 당시 전국 수사관 회의가 열려 검찰 수사관들이 올바른 검찰을 위한,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목소리를 냈던 기억이 있다"며 전국 수사관 회의를 열어달라고 재차 촉구했다.

김 수사관은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과 관련한 최근 국회 질의 과정에서 무죄추정 원칙이 훼손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국회 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께서 두 명의 검찰 수사관에게 하시는 질문을 보고 들으며 정말 울고 싶었다. 화가 나고 억울했다"며 "우리는 공무원으로서 시키는 대로 규정대로 일을 열심히 했는데 왜 범죄자 취급당해야 하는 거냐"고 했다.

이어 "두 수사관이 어떠한 잘못이 있든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수사기관에서 수사하고 사법기관에서 처리하면 될 일"이라며 "왜 국회의원님들께서 무죄추정의 원칙을 위반하고 검찰 수사관을 범죄자로 전 국민 앞에 낙인찍으셨는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앞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고위당정협의회를 거쳐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 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 이를 기반으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공포 1년 뒤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