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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판례氏] 통장훔쳐 예금인출후 반환해도 통장 '자체'에 대한 절도죄

[the L] 통장에 들어 있는 예금액은 통장의 경제적 가치…돈 빼가면 통장 가치도 소모돼

편집자주[친절한 판례氏]는 중요하거나 의미있는 과거 판례를 더엘(the L) 독자들에게 최대한 쉽고 친절하게 소개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예금통장은 종이에 불과하지만, 통장을 통해 현재 명의자의 예금액이 얼마인지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통장 자체도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아니면 통장이 표시하고 있는 예금액 자체만을 경제적 가치 있는 재물로 봐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예금통장 자체를 경제적 가치 있는 재물이라고 보아 다른 사람의 예금통장을 무단 사용해 예금을 인출한 뒤 곧바로 예금통장을 반환하더라도 예금통장에 대한 절도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의 판단(2009도9008)이 있다.

 

A씨는 B씨의 회사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하지만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을 걱정하던 B씨는 A씨 사무실에서 B씨 명의의 X은행 통장을 발견하고 이를 몰래 가지고 나왔다. 가지고 나온 B씨의 통장에서 1000만원을 인출한 A씨는 통장을 들고 다시 B씨의 사무실로 돌아가 원래 있던 자리에 통장을 놔뒀다.

 

검찰은 "A씨가 B씨의 '통장'을 절취했다"며 절도죄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원심은 "A씨가 B씨의 통장에서 1000만원을 인출했다고 해서 그 통장 자체가 가지는 경제적 가치가 1000만원만큼 소모됐다고 할 수 없고, A씨가 곧바로 통장을 다시 가져다 둔 이상 A씨에게 통장을 불법하게 영구적으로 가져갈 의사(불법영득의 의사)는 없었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의 절도죄는 유죄"라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되돌려 보냈다.

 

대법원은 통장에서 1000만원을 인출하면 통장의 경제적 가치도 1000만원만큼 소모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예금통장은 예금채권을 표창하는 유가증권이 아니고 그 자체에 예금액 상당의 경제적 가치가 화체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면서도 "예금통장은 이를 소지함으로써 예금채권의 행사자격을 증명할 수 있는 자격증권으로서 예금계약사실 뿐 아니라 예금액에 대한 증명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예금통장의 증명기능은 통장 자체가 갖는 경제적 가치”라며 “예금통장을 사용해 예금을 인출하게 되면 그 인출된 예금액에 대하여는 예금통장 자체의 예금액 증명기능이 상실되고 이에 따라 그 상실된 기능에 상응한 경제적 가치도 소모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의 통장을 가지고 나왔다가 그 안에 들어 있는 예금만 인출한 뒤 곧바로 통장을 원래 있던 장소로 돌려뒀다면 그 통장에 대한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다른 사람의 예금통장을 무단 사용해 예금을 인출한 후 바로 예금통장을 반환했더라도 그 사용으로 인한 경제적 가치의 소모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경미한 경우가 아니라면, 예금통장 자체가 가지는 예금액 증명기능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할 수 있다"며 절도죄 성립을 인정했다.

 

1000만원의 예금액을 감소시킨 A씨의 행위는 B씨 통장의 경제적 가치를 소모시켰고, 1000만원만큼의 경제적 가치를 불법적으로 얻었으므로, 다른 사람의 재물을 절취한 절도죄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 판결 팁 = 절도죄와 같은 '재산범죄'에 관한 우리나라 학자들의 통설과 판례의 입장은 유죄 성립을 위한 요건인 주관적 불법요소로서 '불법영득(不法領得)의 의사'가 필요로 한다고 본다. 따라서 불법영득의사의 유무에 따라 절도죄의 성립 여부도 결정된다.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지 않는 일시적 타인 물건 취득은 절도가 아니지만, 법률에서는 이런 행위를 '사용절도'라고 한다. 사용절도란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의 물건을 자신이 영구적으로 취득하겠다는 의사가 아니라, 단순히 일시적으로 사용만 하려는 목적으로 가져와 사용하는 행위를 뜻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사용절도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고, 소유자의 소유권에 대한 침해도 없으므로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지만, 우리 법원(2012도1132)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시간 정도의 일시적인 사용을 하다 물건을 돌려준 경우에도 △그 물건이 지닌 경제적 가치를 상당 정도로 소모했거나 △사용한 시간이 길어 일시적이라고 보기 어렵거나 △물건을 본래 장소와 다른 곳에 돌려준 때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면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위 판례에서 대법원이 A씨에게 절도죄를 인정한 이유도 '그 물건이 지닌 경제적 가치를 상당 정도로 소모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봤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 관련 조항

형법

제329조(절도)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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