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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구성의 70%는 물이다. 그리고 우리가 섭취하는 모든 음식은 물을 함유하고 있고 식품 가공 공정에는 반드시 물이 필요하다. 물은 가장 인류에게 필요한 식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음료수보다 비싼 비용을 지급하며 생수를 사서 마시거나 매월 수만원의 렌탈비용을 지불하면서 정수기를 사용한다.
그런데 최근 코웨이라는 정수기업체가 제빙봉에 도금된 니켈이 가루로 떨어져 나와 인체에 흡수될 수 있다는 심각한 사실을 알고도 소비자들에게 1년 이상 고지하지 않고 몰래 부품만 교환해주었다고 한다. 이것이 세상에 알려지자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당황한 업체는 급기야 문제가 된 모든 제품을 환불 보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영화 속 이야기지만 실제 사례를 기반으로 만들었다고 하는 '에린 브로코비치'가 생각난다. 거대 기업을 상대로 한 소비자의 통쾌한 승리. 그러나 이는 미국에서나 가능할 뿐이지 국내에서는 요원한 이야기다.
이번 사건을 보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정수기는 먹는물관리법에서 관리하고 있으나 관련 규정에는 니켈에 대한 기준이 없다. 관련 고시에 용출기준이 있으나 이미 대부분의 문제발생 기기는 코웨이에서 수거하거나 교환을 마친 후라 증거물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조물책임법이 있지만 헐리우드 영화나 뉴스에서 본 폭스바겐 사태처럼 수조원의 배상은 커녕 표시결함이나 제조결함이 아닌 단순 품질관리 문제는 손해배상의 대상도 아니기에 소비자는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는 실정이다. 최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법안이 활발하게 제출되고 법조계에서도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실질적으로 미국과 같은 정도는 불가능하다. 배상액은 최대 3배에서 10배 가능한 정도다. 사실 소비자들에게는 이 정도로도 충분할 수 있다.
소비자들을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배상 액수 증액보다는 정직하게 소비자를 중시하는 기업문화 구축이다.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백수오사건, 옥시 사건, 폴크스바겐 사건, 코웨이 사건 모두 소비자에 대한 미안함보다 위법 여부에 기업이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뿐이다.
해당 업체가 얼마 전 모기업의 어려움으로 사모펀드에 매각된 것이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겠지만 기업 가치를 높여 매각하려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을 대주주와 문제만 발생하지 않으면 된다는 무사안일주의로 일관한 임직원들 모두가 공범이다. 이런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소비자가 기업이 변화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들이 믿을 수 있는 것은 소비자 자신의 행동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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