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 기간 중 5조원대 회계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4일 오전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5조7000억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로 고재호 전 대우조선 사장(61)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27일 자본시장법 위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 혐의로 고 전 사장을 구속기소했다.

고 전 사장은 2012년 4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대우조선을 이끌었다. 검찰에 따르면 고 전 사장은 목표 실적을 맞춰 성과급을 받기 위해 매출액을 과다계상하는 등의 수법으로 재임기간 동안 순자산 기준 5조7059억원대 회계부정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대우조선은 2013년과 이듬해 모두 흑자를 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지난해 새로운 사장이 취임하며 "5조5000억원대 손실이 발생했고 이중 2조원의 손실은 2013, 2014년에 발생한 것"이라고 정정한 바 있다.

고 전 사장은 이렇게 허위로 꾸며진 회계와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2013부터 지난해까지 은행으로부터 4조9000억원의 사기대출을 받고 1조8000억원대 기업어음(CP)과 8000억원대 회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선수금 환급보증 10조원, 신용장 보증한도 증액 2조8000억원 등 총 21조3000억원대 사기범행을 저지른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또 고 전 사장이 분식회계를 통해 지급한 4960억원의 성과급은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혐의에 추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임직원 전원이 고 전 사장의 지시에 따라 회계부정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며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중으로 관리했던 회계자료 등 증거자료도 다수 확보됐다"고 말했다.

이어 "고 전 사장이 비공개 최고경영진 회의에서 직접 회계사기를 지시한 정황도 있다"며 "그럼에도 고 전 사장은 회계처리에 불법적인 점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고 부하직원들이 적절히 처리할 것으로 믿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고 전 사장과 함께 일했던 김갑중 전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대해서도 21조원대 사기 혐의의 등을 적용, 추가로 기소했다. 부당 성과급 지급과 관련해서는 임원들에게 지급된 99억7000만원만 배임 혐의로 적용됐다. 임원을 제외한 직원들의 성과급 지급에는 김 전 CFO가 개입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앞서 5조원대 회계부정 혐의로만 기소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