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품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A사의 고민해 대표이사는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전 세계적 경기침체로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부품 주문도 급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자동차부품 회사 간 경쟁은 치열해져만 가고, 중국산 저가 부품생산업체들도 맹추격해 오고 있다. 고민해 대표가 생각해 낸 방법은 비슷한 규모인 B사와 자동차 부품 부분을 합병하는 것. 합병에 성공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자동차 전자부품 장치를 개발해 글로벌 No.1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원샷법'이 시행되자 고민해 대표는 이런 내용의 사업재편계획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 주무부처와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회는 고민해 대표의 계획을 승인했다. 이후 A사와 B사의 자동차부품 생산부분은 일반적인 상법에 따른 M&A보다 훨씬 짧은 시간과 간소한 절차를 통해 합병이 이뤄졌다. 두 회사 간 주식 교환 시 발생한 주식양도차익에 대해서도, 그 주식의 처분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세금납부를 유예받아, 당장 세금을 납부할 필요도 없었다.

자동차 전자부품 장치에 대한 R&D(연구·개발)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약 1000억 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금융기관으로부터 저리의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국책기관의 지급보증도 주선했다. 유관기관들은 국내외 판로를 개척하는 것을 도와줬다. 이러한 전방위적인 도움으로 고민해 대표는 벤츠, BMW와의 독점적 부품공급계약을 따냈고, 자동차 전자부품 장치 부분에서 글로벌 No.1으로 우뚝 섰다. 고용 인력도 5000명에서 1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8월 13일부터 시행

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위 시나리오는 2016년 8월 13일부터 국내에서 시행 예정인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업활력법)', 소위 '원샷법'이라고 불리는 법이 목표로 그리는 미래다. 

기업활력법은 실적 부진과 산업 활력 저하로 기업들의 잠재적 부실 가능성이 높아지고, 한계기업 증가 및 부실기업 처리 지연 등에 따라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일본이 1999년부터 제정해 진행하고 있는 '산업활력법'을 벤치마킹한 법이다.

지금까지 기업의 구조조정은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나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 등 이미 한계 상황에 도달한 기업들의 채무를 감면하는 쪽에 비중을 두어 왔다. 하지만 이미 망가진 회사에게 단순히 채무를 탕감해 주는 것은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아직 한계 상황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게 기업 재편을 위한 법적 절차 간소화, 공정거래법을 비롯한 각종 규제 완화, 세제 및 자금지원, 연구개발 활동 및 해외 판로 지원, 규제애로 해소 지원 등 종합적이고 전방위적인 지원을 통해 이들 기업들이 경쟁력을 키우고 재도약 할 수 있게 도와주자는 것이 '기업활력법'이다.

아직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회 위원도 확정 못해

당장 다음 주부터 기업활력법이 시행된다. 그런데 아직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회 위원도 선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기업활력법이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엄격하고 공정한 심사를 통해 특혜논란을 불식시키고 잠재력 있는 기업을 선택해 적절한 혜택을 주는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회의 결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 위원을 선정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신중해야 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법 시행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도 아직 위원을 선정하지 못했다는 소식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니다. 조속히 결정이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

다음으로 이 법은 3년의 유예기간을 둔 한시법이다. 물론 이 법이 적용돼 실제 많은 기업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고 우리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하는 등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예와 같이 몇 차례의 기간 연장을 통해 지속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은 매우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기업활력법 신청을 원하는 기업에 대한 조언

기업활력법에 따른 사업재편계획을 신청하려는 기업은 무엇보다도 당해 기업이 속한 사업 분야가 과잉공급 상황인지에 대한 검토를 선행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위 법은 과잉공급 시장에 한해 지원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사업재편계획을 수립할 때는 사업재편의 목적과 필요성, 사업재편을 통한 생산성 및 재무건전성 향상을 위한 뚜렷한 방향성과 마스터플랜 설정 등 치밀한 검토와 연구를 통해 주무부처와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회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업재편과 관련해 인력감축을 통한 비용절감 등 기존의 보편화된 구조조정계획이 아니라 오히려 신규사업진출을 위한 우수 인력 확보 노력, 기존 인력의 이탈 방지 및 효율적인 배치 등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와 고민이 필요하다.

애써 도입된 기업활력법이 사문화되지 아니하고 당초 목표한 대로 대한민국 경제 활성화의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법무법인(유한) 바른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도형 변호사는 2002년 제44회 사법시험(연수원 34기)에 합격했다. 한국증권법학회 이사, 금융보험법연구회 간사 등 금융·증권·자본시장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겸임교수(금융법실무)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