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는 장기간 차량을 사용하지 못했다며 판매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판매회사에 대해 수리 지연으로 인한 성능 감소 손해와 교환가치(중고차) 감소분 94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2심에서는 연료통 소음 등 구입 시 결함이 있던 하자 수리비 460만 원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고장 때문에 성능이 저하됐거나 중고가가 낮아졌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대차료에 대해서도 '차량 수리 시 렌터카 비용은 보상하지 않는다'는 면책 약관을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1, 2심 엇갈린 판결…대법원 마이바흐 소유자 손 들어줘

대법원에서는 2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하급심에서 다시 판단하라고 사건을 내려보냈다. 대법원은 "마이바흐 차량이 부품을 구하기 쉽지 않은 외국산 자동차임을 고려하더라도 차량 수리에 걸린 기간은 통상적인 기간을 훨씬 넘었다. 이 같은 수리 지연은 품질보증에 따른 수리와 구별되는 별도의 위법한 채무불이행이다. 따라서 면책 약관이 있다 하더라도 위 면책 약관은 통상수리 기간의 경우에만 적용될 뿐 이를 넘는 과도한 수리 기간에도 면책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따라서 렌트카 비용을 보상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했다.

차량가치 하락분에 대해서도 "장기간 차량이 방치돼 성능이 감소했는지 심리했어야 함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고 판단했다. 결국 파기환송 후 법원에서 양 당사자가 또 다시 가치하락분에 대해서는 다툴 것으로 예상되지만, 렌트카 비용은 보상해야 함이 분명해졌다.

이 경우 판매회사가 배상해야 할 렌트카 비용은 평균적인 마이바흐 렌트카 비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평균적인 마이바흐 렌트카 비용이 얼마가 될 것인지의 논쟁은 쌍방 당사자의 변호사들 몫이라 할 것이다.

자동차보험약관, 렌트카 비용 보험회사 책임 제한하는 쪽으로 변경

렌트카 비용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최근 렌트카 비용과 관련해 문제되고 있는 사항에 대해 알려주고자 한다. 렌트카 비용과 관련해 '보험회사의 책임을 제한'하는 제도가 최근 변경 · 시행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렌트카 비용에 대한 보상과 관련해 과거 "동종 자동차를 빌리는데 소요되는 통상의 요금"부분을 "동급의 대여자동차 중 최저요금의 대여자동차를 빌리는데 소요되는 통상의 요금"으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변경했고, 이를 2016년 4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BMW528(2000CC, 7350만원)의 대물배상과 관련해 과거 규정에 따르면 동종의 자동차인 BMW528자동차의 렌트료를 보험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었으나, 개정 이후에는 소나타 2.0 LPG(2000CC, 1700만원)의 보험금만 지급받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렌트료 지급기간도 30일을 한도로 해 부당한 수리지연이나 출고지연 등의 사유로 통상의 수리기간을 초과하는 기간은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아직 시행 초기라 구체적인 사례는 많지 않지만, 교통사고로 BMW나 벤츠(BENZ)와 같은 고가의 자동차를 파손한 경우 파손된 차량 소유자로서는 사고 차량과 비슷한 급의 자동차 렌트료를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가해 자동차 보험회사는 변경된 보험약관을 이유로 소나타 급의 렌트료 밖에 보상을 못한다고 항변할 공산이 크다. 이 때 그 차액 상당액을 누가 부담하게 될 것인지가 문제될 수밖에 없다. 최종적으로는 가해 자동차 차주가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만일 BMW나 BENZ가 아니라 이 사건과 같이 마이바흐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가해 자동차 차주로서는 하늘이 노래지는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재산권 제한'하는 개정 약관…법리적 문제 많아 

위 개정 약관은 '동종 · 동질의 물건에 대한 보상'이라는 손해배상책임의 기본원칙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계약의 자유 내지 사적자치의 원칙'에도 반한다. 특히 위 가상 사례와 같이 보험에 가입한 가해 자동차 차주에게 '동종·동질의 차량에 대한 대차료와 동급의 최저가 차량에 대한 대차료 간의 차액'을 부담하도록 전가한다는 측면에서 피보험자의 재산권도 제한하고 있다. 이에 필자는 피보험자 등을 대리하여 최근 행정소송 및 헌법소원을 제기해 놓은 상황이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약관성 여부에 대해서도 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거리에 고가의 외제자동차들이 늘어나면서 서민들의 고민도 늘어나는 요즘이다.

법무법인(유한) 바른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도형 변호사는 2002년 제44회 사법시험(연수원 34기)에 합격했다. 한국증권법학회 이사, 금융보험법연구회 간사 등 금융·증권·자본시장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겸임교수(금융법실무)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