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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21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임명섭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상무가 목을 축이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
공인회계사는 기업회계의 감시자로서 기업의 건전한 경영을 유도하고 이해관계자를 보호하며….(한국공인회계사회 홈페이지 중)
부실감사와 미공개정보 이용 등 각종 불법과 논란에 연루되면서 회계법인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도마에 올랐다. 일감을 주는 '갑' 고객사 눈치 보기에 급급한 나머지 기업 회계를 감시하고 투명 경영을 이끈다는 공인회계사 제도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덕회계법인이 직인 무단사용 혐의(사문서위조)로 경찰에 소속 회계사 A씨(34)를 고소한 사건에서도 대기업 눈치에 독립성을 잃은 회계법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와 금호석유화학은 금호터미널 매각을 놓고 법적 분쟁 중이다. 금호석화는 "삼정KPMG가 금호터미널을 실사했다"며 "5000억원넘는 기업가치를 2700억원으로 축소했다"고 주장했다. 삼정KPMG는 아시아나항공의 외부감사를 맡고 있어 기업실사까지 수행했다면 공인회계사법 위반이다.
실사 회계법인의 이름을 함구해오던 금호아시아나는 10일 머니투데이 취재가 시작되자 "삼정KPMG가 아닌 삼덕회계법인에 정식 용역계약을 맺고 기업가치를 평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삼덕회계법인 관계자는 "노 코멘트"로 일관하면서도 금호터미널 실사 계약 사실은 부인했다.
현재 삼덕회계법인의 고객은 금호아시아나가 아니라 금호석화다. 올해 4월부터 3년 동안 금호석화의 외부감사를 맡았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이 사실을 거론하며 "금호석화가 더 큰 고객이다 보니 삼덕회계법인이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덕의 주장대로라면 내부 직원이 직인을 도용한 것이고 금호아시아나 주장대로라면 주요 고객인 금호석화의 눈치를 보고 허위고소를 했다는 얘기다. 삼정KPMG가 실제 실사 주체라고 보는 시각도 여전히 업계에 상당하다.
경찰 수사가 어느 쪽으로 결론 나든 삼정KPMG 혹은 삼덕회계법인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비판은 면치 못할 전망이다.
회계법인의 독립성 훼손은 최근 회계업계의 골칫거리다. 대우조선해양의 외부감사를 맡은 딜로이트안진은 부실감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반영한 5조5000억원어치 '손실 폭탄' 중 2조원 가량이 2013~2014년 사업연도에 반영됐어야 한다고 시인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연 매출은 13조원 안팎. 매출의 15%에 달하는 손실을 2년 넘게 반영하지 못한 배경을 두고 시장에선 '실수'보단 '고의성'을 의심하고 있다. 회사가 분식회계를 숨겼더라도 안진이 제때 손실 반영을 못한 것은 '봐주기 감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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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이 6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했다. 최 전회장은 안경태 삼일회계법인 회장과 통화 직후 한진해운 주식을 모두 팔아, 미공개정보를 이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
국내 대표 회계법인 중 하나인 삼일회계법인은 미공개정보 이용의혹에 연루됐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에게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결정을 알렸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최은영 회장이 한진해운 주식을 매각하기 전 안경태 삼일회계법인 회장과 통화한 사실에 초점을 맞췄다. 안 회장과 통화에서 자율협약 사실을 듣고 주식을 팔았다는 게 수사의 골자다.
최 회장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맡았던 법원은 "압수수색과 정보제공자의 진술, 전화통화 내역, 문자메시지 등 최 전 회장의 범죄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밝혔다. 혐의 일부를 인정했다는 의미다. 법원이 이 판단을 유지하면 삼일회계법인은 감시자로서 공정성과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시간과 인원, 보수에 제약을 받는 국내 감사환경과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지정하는 자유수임제도의 한계"라며 "일부 소규모 회사는 외부감사인에게 회계서류 작성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외부감사를 바라보는 기업들의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며 "지정감사제(당국이 외부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등 제도적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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