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선거를 통한 동대표 선출 과정에서 주의할 것이 있다. 각 동마다 각기 다른 세대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계적으로 1동에 1명의 동대표를 선출하는 경우 무효란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 판례를 알아보도록 하자.

본 사건은 2015년 대법원판결로서 당시에는 획기적인 판결이었으나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아파트에서는 이와 같은 원칙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문제가 된 아파트의 선거관리위원회는 동별 대표자 선출을 위한 선거를 실시해 16명의 동별 대표자를 선출했다. 선출방법은 동별 세대수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동별로 1명의 대표자를 선출하도록 돼 있었다. 이 아파트는 20세대 1개동, 32세대 내지 40세대 14개동, 66세대 내지 78세대 11개동으로 이뤄져 있다. 동별로 1명의 대표자를 선출하면 대표자 1명당 최소세대수(20세대)와 최다세대수(78세대) 사이에 1:3.9의 편차가 생긴다. 이것이 문제가 돼 소송까지 하게 됐다.

이 사안에서 법원은 "동별 세대수에 비례한 대표자 선출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대표자 1명당 세대수가 산술적으로 동일할 것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표자 1명당 세대수에 있어 합리성을 인정할 수 없을 정도의 편차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일률적으로 동별로 1명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방법은 대표자 1명당 세대수에 있어 합리성을 인정할 수 없을 정도의 편차를 초래하는 것"이라며 해당 아파트의 동별 대표자 선출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선거의 기본 원칙은 보통·평등·직접·비밀 선거이고 이 네 가지 원칙은 우리나라의 모든 선거에 적용된다. 만약 입주자대표회의 선거에서 어떤 동에서는 100세대에 1명의 동대표를 선출하는 반면 또 다른 동에서는 10세대에 1명의 동대표를 선출하는 경우에 문제가 된다. 100세대의 동에서 동대표를 뽑은 유권자들은 10세대인 동의 유권자들에 비하여 투표가치가 1/10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선거의 대원칙인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 평등 원칙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모든 유권자는 1인 1표의 투표권이 있고 부여된 1표의 가치 역시 모든 유권자에게 동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권형필 변호사는 2006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주로 집합건물과 부동산 경매 배당 관련 사건을 다루고 있다. 저서 집필, 강의, 송무 등으로 활동 중이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서 경매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