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칼럼에서는 수목 식재대금 채권(나무를 심은 것에 관한 대금 채권)을 가지고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살펴보겠다.

건물 공사를 한 이후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했을 경우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다. 건물이 아니라 수목을 식재하고 금원을 지급받지 못했을 경우는 과연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가 문제다.

구체적 사안은 다음과 같다. 조경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조경업자 A씨는 모텔의 실질적 소유자인 B씨와 수목식재계약을 체결했다. 모텔 소재 부동산 일대에 수목을 800주를 식재했는데 해당 모텔이 부동산임의경매절차를 통해 소유권이 C씨에게 이전됐고 이에 C씨는 A씨를 상대로 유채권부존재확인 소송을 냈다.

C씨는 수목이 부동산에 부합된 이상 유치권의 객체가 되는 독립된 물건으로 볼 수 없다며 A씨는 수목에 대한 유치권을 주장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수목을 점유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A씨는 계약에 기한 4천200만원 상당의 수목 식재대금 채권을 피담보채권으로 해 부동산에 대해 적법한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는 B씨에 대한 수목 식재대금 채권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라며 "수목은 부동산에 부합돼 수목 식재대금 채권을 가지고 있음을 이유로 부동산에 관한 유치권을 행사한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말했다. 즉 부동산에 관한 A씨의 유치권은 존재하지 않는단 얘기다.

이 사안은 수목이라는 특수한 물건에 관한 판례로 다소 어려운 판례일 수 있다. 수목은 심는 순간 토지와 일체가 되는 민법상 '부합'이라는 효과가 발생한다.

부합이란 소유자를 달리하는 두 개 이상의 물건이 결합돼 물리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봐 분리하지 못할 상태가 되는 것을 말한다. 원칙적으로 하나의 물건으로 취급한다. 동산이 부동산과 부합돼 있을 때에는 부동산의 소유자가, 동산과 동산이 부합돼 있을 때에는 주된 동산의 소유자가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

수목이 부동산에 부합되면 더 이상 독립된 물건이 아닌 단지 토지로만 평가된다. A씨가 식재한 수목은 결국 토지에 부합돼 나무와 부동산인 토지가 하나의 물건이 됐다. 즉 토지 소유자인 C씨가 그 나무의 소유권도 취득한다. A씨는 B씨에 대한 수목식재대금에 대한 채권을 갖고 있을 뿐이므로 유치권은 인정되지 않고 결국 패소했다.

수목을 식재했다는 이유로 유치권을 주장한다면 점유 여부와 상관 없이 유치권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숙지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