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기건물에 대해 해당 건물을 점유하며 유치권을 주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해당 건물에 관해 법정지상권이 생기는지 여부를 미리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법정지상권이란 토지와 토지 위에 세운 건물 소유주가 달라서 분쟁이 발생하게 될 때 건물주가 토지주인에게 건물을 철거당하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법정지상권은 토지에 저당권을 설정할 당시에 건물이 있었고, 토지주인과 건물주인이 동일인이었다가 경매를 통해서 토지주인과 건물주인이 달라지는 경우에 성립하게 된다.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후 먼저 토지만을 취득한 다음 건물 소유자를 상대로 건물 철거 및 토지인도소송을 진행하고 유치권자들에 대하여는 퇴거 청구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대법원 1989. 2. 14. 선고 87다카3073 판결을 보면 대법원은 다음 두 문단과 같이 말했다. B씨에게 건물에 관한 유치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A씨가 있었고 그런 A씨에게 토지소유자인 C씨가 소송을 낸 사건이다.

건물철거는 그 소유권의 종국적 처분에 해당하는 사실행위이므로 그 소유자에게만 그 철거처분권이 있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미등기건물을 그 소유권의 원시취득자로부터 빚 대신 양도받아 점유 중에 있는 자는 비록 등기부상의 소유권취득에 관한 등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권리의 범위 내에서는 점유 중인 건물에 대하여 법률상 또는 사실상 처분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

그러므로 그 건물의 존재로 불법점유를 당하고 있는 토지소유자는 이와 같은 지위에 있는 건물점유자에게 그 철거를 구할 수 있다. A씨가 B씨에게 건물에 관한 유치권이 있다 해도 같은 건물의 존재와 점유가 토지소유자인 C씨에게 불법행위가 되고 있는 이 사건에서 B씨에 대한 유치권으로 C씨에게 대항할 수 없다.

이 사건은 다소 오래된 법원의 판단이지만 지금까지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다. 건물을 건축하고 금전을 지급받지 못하는 공사업자로서는 해당 건물에 관해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지만 그 유치권을 가지고 건물이 아닌 토지 소유자에 대해서는 대항할 수 없다.

정리한다면 건물 유치권자는 자신과 계약을 체결하고 자신과 직접 관계가 있는 건물 소유자에 대해서만 유치권을 가지고 대항할 수 있을 뿐이다. 건물 소유자와 관련이 없는 토지 소유자에 대해서는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다.

따라서 유치권은 성립하나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는 건물에 대해 대항하는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 건물 소유자를 상대로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 청구 그리고 건물을 점유하고 있는 유치권자를 상대로 퇴거 청구를 함께 진행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실제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권형필 변호사는 2006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주로 집합건물과 부동산 경매 배당 관련 사건을 다루고 있다. 저서 집필, 강의, 송무 등으로 활동 중이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서 경매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