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25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애플 매장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사진=뉴스1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아일랜드가 애플에 2003~2014년 동안 감세 조치해준 130억 유로, 우리 돈 16조 원 상당의 금액을 추징하라고 결정했고 아일랜드 정부는 이를 추징하지 않겠다면서 반발했다. 이에 우리 기업들에게도 영향이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12.5%로 한국 법인세 최고세율 22%의 절반 수준이다. 낮은 법인세율로 다국적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번 일로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일랜드는 다국적기업에 대해 아일랜드 안에서 발생한 매출로부터 얻은 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하고 있어 여러 다국적 기업의 본사와 지사가 들어섰다. EU의 조치가 이어진다면 애플 이외에 아일랜드에 지사를 둔 1000여개의 다른 다국적 기업들에도 세금 폭탄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사실상 조세피난처 자처하는 아일랜드…우리와 상황 달라"

아일랜드 정부의 태도는 현재 우리나라의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와 반대되는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의 법인세법은 기본적으로 법인 국내영업활동으로 순자산이 증가하는 부분은 모두 포착해서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구글세(특허료 등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도 조세 조약이나 세법을 악용해 세금을 내지 않았던 다국적 기업에 부과하기 위한 세금) 도입 등을 고려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법인세에 대해 세계 각국이 아일랜드 정부의 입장을 취하게 된다면 우리나라만 다른 자세를 취하기는 어렵다. 추후 이중과세 문제 등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국내 세금 관련 정책이나 기업들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홍근 변호사(법무법인 한별)는 "아일랜드가 EU 내에서 낮은 법인세율과 조세 감면제도 제공으로 사실상 조세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었고 이에 대해 EU 집행위원회는 아일랜드에게 '다국적 기업의 본사 유치를 그런 식으로 하지 마라'라고 한 것"이라며 "다만 우리나라와 아일랜드는 직접적인 경제 교류가 많지 않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전 변호사는 "법인세율을 인하하게 되면 다국적 기업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서 기업을 유치할 수는 있지만 그만큼 국내 기업에도 모두 법인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점에서 감수할 것이 많다"며 "아일랜드는 비교적 경제 규모가 작고 자체 경제 부가가치가 적은 편이기 때문에 이렇게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아일랜드의 세금 관련 정책은 특수한 상황에서 자국을 위한 것이며 다른 나라가 이와 같은 정책을 사용하긴 힘들다는 얘기다.

다만 법인세 인상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국내 정치 현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야당을 중심으로 법인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법인세를 인하한다고 하더라도 기업들이 유보금만 쌓아 놓고 투자나 급여 인상에 인색한 경우가 많아 의미가 없단 논리에서다. 

◇"아일랜드 지사 거의 없어 국내 기업 영향 미미"

애플처럼 적극적으로 아일랜드에 지사를 설립해 조세 감면을 꾀하는 국내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해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과거 삼성, LG 등이 지사를 설립한 바 있지만 현재는 정리한 상태로 알려지고 있다. 

김현진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기업들이 근거법 국가로 아일랜드를 많이 활용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이 아일랜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아일랜드 등 법인세가 낮은 국가에 본사나 지사를 새로 설립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콤파스)는 "국내 기업 중 다국적 기업에 해당할 만한 기업도 몇 없지만 세금을 위해 본사를 옮기거나 법인을 세우는 것은 국내 기업과 소비자들의 정서상 쉽지 않다"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국내에 간접적 영향은 있을 수 있어도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금 감면에 따른 혜택보다 이미지 타격 등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단 얘기다. 

과세당국이 국내 글로벌 기업의 해외 지사와의 거래를 면밀히 살피고 있는 점도 조세회피 국가를 국내 기업이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2012년 국세청은 국내 글로벌 기업들에 대해 세율이 낮은 국외 자회사에 소득을 몰아준 혐의로 수천억원을 추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