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속초시 설악워터피아 인근에서 출현한 포켓몬/사진=뉴스1

포켓몬 고(Pokemon Go)는 현실에 가상의 이미지나 정보를 덧입혀 보여주는 기술을 위성항법시스템(GPS), 구글 지도와 결합해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포켓몬을 수집하는 게임이다. 2016년 7월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독일, 영국 등에서 출시된 후 큰 돌풍을 일으켰다. 비록 거주지역과 이동 경로 같은 배경화면이 완벽하게 수반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강원도 속초, 양양 등 일부 지역에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평일 속초행 고속버스가 매진되는 열풍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포켓몬 고 게임 출시 제외 지역이다. 이는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구글에 5000대 1 축적 정밀지도 제공이 이뤄지지 않아 포켓몬 고 게임의 핵심 기반인 구글 지도에는 국내 정밀지도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 상황에서 구글은 최근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콘텐츠 산업 활성화, 국내 관광산업 진흥, 글로벌 서비스의 국내 도입을 통한 국내 소비자 편익 증대 등을 이유로 정밀지도 반출을 신청했다. 이를 두고 국가 안보, 국내 지도기반산업 성장 저해나 국내기업 역차별, 해외관광객 불편, 특히 데이터 센터(서버, sever) 국내 설치와 조세회피 등과 같은 문제가 함께 고민 중이다.

공교롭게도 포켓몬 고 게임에서 촉발된 구글의 국내 정밀지도 국외 반출 신청이 세금 문제로까지 번졌다. 우리 세법은 내국법인은 소득의 원천지가 국내인지 국외인지를 묻지 않고 모든 소득에 납세의무를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외국법인은 원칙적으로 국내에 고정사업장(PE, Permanent Establishment)이 있는 경우에만 국내원천소득에 대한 납세의무를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을 통한 상품판매사업을 영위하는 외국법인은 세법상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기능이 서버에 의해 수행되는 것으로 본다. 그래서 이를 통해 계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에 한해 '서버가 위치하는 장소'를 국내 고정사업장으로 보고 납세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구글의 경우 구글코리아는 국내에서 마케팅, 영업 등 일부 업무만 담당한다. 서버는 미국, 칠레 등 해외 7개국에만 둔 채 대부분 서비스를 해외에서 직접 국내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그 덕분에 구글은 세법상 국내 고정사업장이 없는 상태에서 대부분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구글은 지난 해에만 우리나라에서 약 1조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이에 상응하는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고, 일부 세금만을 납부하는 이른바 절세효과를 누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구글의 국내 정밀지도 국외 반출 신청을 둘러싸고 세금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 국민이 납부한 세금으로 지난 몇 십 년 동안 만든 국내 정밀지도 정보를 굳이 매출에 상응하는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 인터넷 기반 다국적 기업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해서는 안되고, 국내 매출에 상응하는 세금을 납부한 다국적 기업에게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와 별도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각국은 현재 다국적 기업들의 절세 또는 역외탈세를 방지하기 위하여 세원잠식과 소득이전(BEPS; 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방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입법화하고 있는 중이다.

포켓몬 고 게임 열풍에서 비롯된 국내 정밀지도 국외 반출 문제는 국가안보, 국내기업 보호 등 여러 가지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으로 해결할 사항이다. 그렇지만, 그 결론이 어떻게 나더라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대기업이나 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국제거래를 이제는 스마트 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손 쉽게 할 수 있게 돼 국제조세 이슈 한 가운데 서게 되는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유) 화우의 전완규 파트너 변호사는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31기)를 수료했고,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회계학을 전공했으며, 세무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업무분야는 법인세, 부가가치세, 지방세 등과 관련된 조세자문 및 조세쟁송, 특히 국제조세 관련 분야이다. 그 밖에도 풍력발전사업, 토지수용 등을 포함하여 각종 일반행정에 관한 자문 및 소송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