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로 들어서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사진=뉴스1

법원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4)에 대해 한정후견 개시를 결정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김성우 판사는 31일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사건에서 한정후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신 총괄회장의 한정후견인으로는 전문가 후견법인인 사단법인 선(대표자 이태운 전 고법원장)이 선임됐다.

성년후견은 질병과 노령 등으로 정신적 제약이 있어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성년자에게 법률 지원을 하기 위한 제도다. 법원은 본인 또는 친족 등이 성년후견 개시 신청을 하면 의사의 감정 등을 통해 후견인을 선임한다. 선정된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재산을 관리하거나 법률행위의 대리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성년후견 결정이 내려지면 질병, 장애 등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피후견인에 대해 후견인이 대부분의 법률행위를 조력할 수 있다. 한정후견은 사무처리 능력이 결여되지는 않았지만 부족하다고 판단될 때 내려지는 처분으로 이 경우 후견인은 성년후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된 도움을 주게 된다.

김 판사는 신 총괄회장이 질병, 노령 등의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했다. 김 판사는 "진료기록 등에 의하면 신 총괄회장이 2010년과 2012년, 그리고 2013년 병원에서 기억력 장애 등을 호소했고 치매 관련 치료약을 지속적으로 처방받아 복용했다"며 "조사관의 조사 결과에도 인지능력 저하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 판사는 후견인으로 사단법인 선을 지정한 데 대해 "신 총괄회장 자녀들 사이에 신 총괄회장의 재산관리 및 회사의 경영권 등을 둘러싸고 극심한 갈등이 계속되고 있어 그 중 한쪽에게 후견 업무를 맡긴다면 분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립적이고 객관적 입장에서 후견사무를 할 수 있는 전문가 후견법인인 사단법인 선을 선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씨는 지난해 12월 서울가정법원에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를 신청했다. 신씨는 당초 후견인 대상자로 신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스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회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 신 총괄회장의 자녀들을 지목했다.

신 총괄회장은 법원의 결정으로 서울대병원에서 입원감정을 받기로 했으나 한차례 연기한 끝에 지난 5월 입원했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은 입원 나흘 만에 무단으로 퇴원한 뒤 입원감정을 거부했다. 이에 법원은 의무기록 등 자료들을 토대로 감정을 실시했고 지난 10일 심문을 종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