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체제가 출범한 1995년으로부터 30년이 지난 최근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하고,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각국은 다시금 자국의 핵심 산업을 자국 내에서 보호하고, 에너지 및 식량 안보 확보를 위한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며 보호무역주의가 재차 부상하고 있다.

특히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표방하면서 일자리 창출과 무역 적자 해소를 명시적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종전의 다자간 협정 방식이 아닌 양자 협상 방식으로 상호관세·보편관세·품목 관세 등 대규모의 각종 관세라는 강력하고도 예측이 어려운 수단을 무기 삼는다. 관세, 환율 등의 경제문제뿐만 아니라 투자 확대, 방위비 증액, 대중 견제 등 각국의 내정에 속하는 문제까지 폭넓게 협상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점에서 종전의 보호무역주의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이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단순히 자국의 산업 보호를 넘어 힘의 논리로 철저하게 미국 이익 우선주의 방식으로 세계무역질서를 변경하려고 한다. 미국 행정부가 고율의 일방적 관세 부과를 고집할 경우 물가상승이 뒤따르고, 물가가 상승하면 가계의 소비지출이 감소해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채권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 인상과 주가 하락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보호무역주의가 어떠한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이미 미국 스스로도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직접 경험한 적이 있어 미국의 신보호무역주의가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기는 한다. 다만 미국에 대한 무역 및 안보 의존도가 높고 대응 수단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도 차분한 대응이 필수적이다.

단기적으로는 한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무역조건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반도체, 자동차, 일반기계, 철강 등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국 이외 EU·중동 등 다른 큰 시장으로의 수출 다변화 노력이 필요하다. 또 미국의 일방적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 채권이나 희토류 등의 자원을 통해 미국에 맞서는 중국과 달리 강력한 대응 수단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서는 특히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의 반도체, 조선, 방산, 원자력 등 대표적 산업 분야를 국가 차원의 특별한 지원을 통해 미국의 신보호무역주의에 맞설 수 있는 더욱 강력하고도 경쟁력 있는 대응 수단으로 신속히 육성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덧붙여 기업들의 도움으로 관세전쟁에서 승리해야 하는 신정부로서는 기업들의 사기를 살려주고 전쟁에서 살아남아 승리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미국 행정부의 각종 관세 부과만으로도 우리 기업들의 부담이 매우 큰 상황이다. 신정부에서 추진하는 법인세 인상 등 우리 기업들에 추가적 부담이 되는 법률 개정은 그 필요성이 있다 하더라도 현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미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할 때 재추진 되기를, 그리고 이를 통해 위기 속에서 더욱 강해지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법무법인 화우 정재웅 변호사/사진=법무법인 화우

정재웅 변호사는 조세 관련 쟁송과 자문이 주요 업무 분야다. 그 동안 법인세, 부가가치세, 소득세, 상속증여세, 관세 등 전 세목에 걸쳐 다수의 조세쟁송과 자문사건을 수행했다. 강남세무서 등 외부위원, 국세청 법률고문, 기재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현재는 법무법인(유한) 화우의 조세부문총괄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