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사진제공=뉴시스

어린이 애니메이션 '로보카 폴리'는 '로봇자동차' 구조대가 재난으로부터 '브룸스타운'을 지키는 이야기다. 이 애니메이션의 로봇자동차는 인공지능(AI)이 탑재돼, 인간처럼 판단을 하고 긴급상황에 대처한다.

아이가 즐겨 보는 '로보카 폴리'를 보면서 '로봇과 친구가 되는 세상이 올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된 적이 있다. 또 세간의 화제가 됐던 '알파고'와 인간 바둑기사의 대결을 보면서 'AI 시대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

가까워지는 AI..시장 첫발 뗀 '법률 서비스'

'AI 로봇'과 함께하는 세상은 이미 우리 가까이에 있다. 미국에서는 AI 기술을 이용해 신문기사를 작성하고 있고, 로펌에 변호사로 취업한 로봇도 있다. IBM사의 AI 컴퓨터 시스템인 왓슨은 1초에 책 100권 분량의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다.

국내 법률시장도 해외 개방, 전자소송 도입 등으로 변화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의뢰인이 직접 변호사를 찾아 돌아다니기보다는 집에서 컴퓨터로 상담하고, 손수 판례를 뒤져가며 정보를 수집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상상이 현실과 마주했을 때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온라인 법률상담 플랫폼 '로톡'과 '헬프미'는 IT와 '법률'을 융합하는 사업모델을 선보였지만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다. 소비자가 변호사를 선택하는 과정을 IT로 연결하는 중개서비스는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 현행 변호사법에 따르면 사건을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15일 '헬프미' 관계자는 "처음에는 광고 수입 등을 수익 모델로 생각했지만 현행 광고법상 변호사는 키워드 광고나 배너 광고만 가능했다"며 "지급명령 자동화 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새로운 길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근호 행복마루 법률사무소 대표도 법률서비스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 구상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활용할 수 있는 판결 정보가 너무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이다.

리걸테크 산업이 발달한 미국의 경우 하급심을 포함한 모든 판결문에 대해 광범위한 열람이 가능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사실상 격주 발행되는 대법원 판례공보에 실리는 판례에 한해 키워드 검색이 가능하다. 법원이 하급심 판결도 개인정보를 비실명화해서 공개하고 있지만, 검색방법이 너무 어려워 원하는 판결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포렌식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조 변호사는 "위·변조를 막기 위해 PDF 파일로 판결문을 제공하고 있어 데이터로 가공하기 까다롭고, 정보가 부족하니 DB 시스템을 만들어봤자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조 대표는 "국내 법률시장이 3.5조 규모인데 매년 변호사 숫자가 늘어난다. 이 안에서만 수익을 나눠 가지려 하지 말고, 법률지식과 IT를 결합해 더 넓은 영역으로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능형 법률정보시스템을 활용한 법률자문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꿈꾸는 기업도 있다. 인텔리콘 법률사무소는 '아이리스(i-LIS)'의 베타 서비스를 내년 초쯤 시장에 공개할 예정이다. 아이리스를 사용하면 간단한 단어 검색 만으로도 관련 판례와 법령 정보를 찾아낼 수 있다. 또 법률 문제에 대한 질문을 하면 답변해주는 방식이다.

AI가 수사·교정에 활용된다면

AI기능이 탑재된 로봇을 수사에 활용한다면 그 범위는 어디까지 가능할까.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법과학을 적용한 형사사법의 선진화 방안' 보고서에서 로봇수사의 활용방안 연구결과를 내놨다. 범죄예방 단계에서는 경찰이 수행하던 순찰 업무에 로봇을 투입하거나, 범죄 빅데이터를 분석해 범죄 발생 가능성이 큰 시간과 장소 및 환경 등을 파악하는 업무에도 지능형 로봇의 활용이 가능하다.

범죄수사 단계에서는 소형드론을 활용한 범법자 추적이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센서를 통해 단서를 발견하고 범죄현장의 증거를 빅데이터와 교차 분석해 범인의 사후행동이나 도주방향 등을 예측하는 수사지원 로봇도 활용가능하다.

피의자 조사를 보조하는 서비스 로봇은 피의자 진술 외에 비언어적인 표현을 감지하고 기록하는 일을 담당할 수 있다. 교정단계에서는 순찰로봇과 수용차 처우 서비스 로봇 도입도 예상된다.

로봇에게 사람을 체포하거나 구인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지영·임석순 연구원은 "로봇에게 사람을 체포하거나 구인할 수 있는 권능을 부여하는 것은 오늘날의 철학적·법철학적 관점에서 볼 때 쉽게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거꾸로 철학적·법철학적으로 지능로봇에게도 일정한 유사인격 및 행위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면 체포나 구인에 관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며 "다만 현재 기술수준을 고려할 때 로봇은 경찰관이나 교도관의 직무수행을 보조하는 장치로 분류할 수 있다"고 봤다.

한편, 성범죄자의 수상한 징후를 미리 알려주는 지능형 전자발찌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내년 시행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지능형 잔자발찌는 성범죄자가 아동이나 여성에 접근한다거나 이들을 유인하는 등의 재범 행동을 했을 때 장착된 센서를 이용해 비명소리 등 이상 징후를 감지, 이를 중앙관제센터에 전송할 수 있게 제작된다.

보고서에 제시된 지능형 전자발찌에 대해 일반인들은 '인간생활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88.1%, '범죄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90.9%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역시 '인간생활에 크게 도움될 것'으로 84.9%, '범죄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84.3% 인식했다.

반면, 전자발찌의 활용으로 인해 야기될 사회적 문제와 관련해 인권(13.3%)이나 사생활침해(12.1%) 문제보다도 기능의 오작동이나 오류에 대한 우려(22.7%)가 큰 것으로 나타나 기술의 완성도 등에 대한 불안감이 엿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