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화 기상청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진 및 한진해운 대책 관련 당정간담회에서 경북 경주에서 전날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과 관련해 보고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지진으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의 경우 개별적으로 가입한 보험의 약관을 살펴봐야 한다. 지진은 천재지변에 해당해 면책사유로 규정돼 있거나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약관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보험에 가입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
보통 보험 약관에서 '지진, 분화, 해일, 전쟁, 외국의 무력행사, 혁명, 내란, 사변, 폭동, 소요, 기타 이들과 유사한 사태'를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경우엔 그 손해정도를 통계적으로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험사가 책임질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정현우 변호사(법률사무소 현율)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보험 약관을 꼼꼼히 읽고 어떤 사고에 보장이 되고 또 어떤 경우에 예외적으로 면책이 되는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면서 "보장이 되더라도 자연재해의 경우에 제한적으로 보장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부를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진에 대해 보상을 받고 싶은 국민들이 가입할 만한 보험으로는 '풍수해보험'이 있다. 예기치 못한 풍수해에 대해 보장하게 돼 있는데 여기에 지진이 포함돼 있다. 국민안전처가 관장하고 민영보험사가 운영하는 정책보험이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풍수해보험에 가입할 수 있으며 보험가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의 55~92%를 국가 및 지자체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 외에 따로 지진에 관련한 부분이 있는 보험은 화재보험의 특약으로 지진보험이 있는 경우다. 그러나 지진 관련 보험에 미리 가입한 국민들이 많지 않아 이런 보험을 통해 피해를 보상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콤파스)는 "같은 화재 보험이라도 상품에 따라 다르며 화재 보험은 예외적으로 지진의 경우엔 보상금을 주는 보험도 있다"면서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당한 경우 자신이 어떤 보험에 가입돼 있는지 약관을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지진으로 인해 도로가 파손돼 사고를 당한 경우는 어떨까. 이런 경우 공작물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공작물 책임이란 공작물(도로)을 설치하거나 보존하는 데 관련된 하자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에 그 공작물의 소유자가 지는 손해배상책임을 말한다.
도로의 경우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사실상 관련 피해를 보상받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공작물 자체에 하자가 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법원은 공작물의 설치와 보존에 관련해 일반적인 안전성을 갖추고 있는 이상 공작물에 하자가 없다고 본다. (76다1530 판결) 예측 불가능한 강진이 올 것을 대비해서 일반적인 도로보다 더 튼튼하게 도로를 만들 것까지 의무로 볼 수는 없단 얘기다.
유사한 케이스로 지진 때문에 원자력 발전소(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돼 피해를 입었다면 어떻게 될까. 이 변호사는 "이런 경우 국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동시에 피고로 두고 국가 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면서도 "실제로 책임이 인정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수원에 따르면 국내 원전 중 월성·한울·고리·한빛원전은 규모 6.5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고, 신고리원전은 규모 7.0의 지진까지 견딜 수 있게 설계돼 있다. 따라서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해당 건물의 하자나 해당 공무원의 중대한 과실이 있었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실제로 어렵단 얘기다.
박대영 변호사(법무법인 이현)는 "결국 보험이 안 되면 문제가 생긴 개별 케이스마다 직접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하는데 인정이 안 될 가능성도 높고 인정돼도 자연재해란 이유로 감액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앞으로 지진이 우리나라에 자주 발생하게 될 경우에는 보험을 가입할 때 지진특약을 넣는 가입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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