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4일 금융당국이 '늑장 공시' 논란에 휩싸인 한미약품 주식을 둘러싼 불공정거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과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동시에 조사에 들어갔다. 사진은 4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의 모습 /사진제공=뉴스1 |
한미약품 (278,000원 
3000 -1.07%)이 대형악재성 정보를 취득했다가 다음날 증시가 개장된지 30분 후에야 이 사실을 공시했다. 악재공시 이후 주가가 폭락했다. 이 30분은 전일 한미약품이 내놓은 별도의 대형호재성 공시의 영향으로 주가가 상승하던 때였다.
3000 -1.07%)이 대형악재성 정보를 취득했다가 다음날 증시가 개장된지 30분 후에야 이 사실을 공시했다. 악재공시 이후 주가가 폭락했다. 이 30분은 전일 한미약품이 내놓은 별도의 대형호재성 공시의 영향으로 주가가 상승하던 때였다.증권전문 변호사들은 "정황적으로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만 현 단계로서는 소송을 통해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전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일반투자자들이 한미약품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보다 확인해야 할 사항이 많다는 지적이다.
◇악재종목으로 돌변, 한미약품에 무슨일이
지난 4일 증시에서 한미약품은 전일 대비 7.28% 내린 47만1000원에 종가를 형성했다. 지난 29일만 해도 62만원이었던 주가는 불과 2거래일만에 24% 하락했다. 이같은 주가폭락은 한미약품이 시장에서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오후4시30분경 미국기업에 1조원 규모의 표적항암제 관련 기술이전 계약공시를 내놨다. 당일 정규장 증시에서 62만원을 기록했던 한미약품 주가는 당일 시간외시장에서 65만7000원(+5.97%)까지 올랐다.
당일 시간외 거래량은 4만7200여주로 올해 들어 전일까지 하루 시간외거래량 평균치(380주)의 120배를 훌쩍 넘는다. 그만큼 호재성 정보가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는 얘기다. 호재성정보의 영향은 다음날인 30일 증시에까지 이어졌다. 30일 증시에서 64만9000원(전이 정규장 종가대비 +4.7%)에 시초가를 형성했던 한미약품 주가는 장 초반 65만4000원(+5.5%)까지 올랐다.
하지만 악재공시가 그날 오전 9시30분에 나왔다. 당시 내놓은 한미약품의 악재성공시의 내용은 지난 7월 하순에 독일 베링거잉겔하임과 체결했던 8500억원 규모의 폐암신약 기술이전 계약이 무산됐다는 것이었다. 악재공시가 나온지 불과 14분만에 주가는 50만4000원(-18.7%)로 곤두박질쳤다. 지난달 29일 호재성공시를 믿고 65만7000원에 주식을 샀던 주주가 이달 4일까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더라면 평가손실만 불과 2거래일만에 28.3%의 손실을 입은 셈이다.
◇의심가는 정황들
한미약품 측은 호재성 공시를 내놓은 지난달 29일 오후 7시가 넘어서야 베링거잉겔하임으로부터 계약해지 메일을 받았다고 한다. 한미약품 관계자가 한국거래소 공시담당자를 만나 악재발생 사실을 알리고 악재공시 문안을 협의하기 시작한 게 30일 오전 8시40분, 정규장이 열리기 20분 전이었다.
거래소 측은 개장전 공시를 독촉했으나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미약품에 전화를 걸어 협의를 지속했다. 이 때문에 악재공시는 개장 30분이 지난 시점에서야 일반투자자들에게 알려졌다.
까마귀가 날고 나니 배가 떨어진 격일까. 공교롭게도 악재정보 공시가 나온 30일의 한미약품에 대한 공매도 규모는 10만4327주에 달했는데 이는 2010년 상장된 후 사상 최대치였다. 정규장 개장 이후 30분간은 하루 중 거래량이 가장 많은 시간대다. 실제 이날 전체 공매도의 절반에 해당하는 물량이 바로 이 30분간에 쏟아져 나왔다. 악재성 정보가 공시되기 전에 해당정보를 미리 알았던 투자자라면 전일 이미 공시된 호재성 정보로 주가가 오른 틈을 기회로 삼아 공매도를 통해 충분히 이익을 실현할 수 있었을 터다.
회사 측은 악재공시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공시를 신속히 하기로 했으나 거래소 공시 승인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거래소 측은 "공시사항이 거래소 시스템을 거치기는 하지만 승인절차를 거쳐야만 공시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되레 처음 한미약품 측이 악재사항을 알려왔을 때 즉시공시할 것을 독촉했다"고 반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로펌의 변호사는 "정황상 회사 측이 (이미 공시된) 호재성 정보와 악재성 정보 두 개를 동시에 들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악재성 정보를 바로 공시하지 않은 상태로 10시간 이상 지체한 데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악재공시를 미리 내놓고 호재공시를 나중에 내놨다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이렇게 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상장 이후 최대규모의 공매도가 터졌다는 사실도 내부정보 이용자가 반드시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에 힘을 싣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당국조사·수사결과 지켜봐야 소송여부 알 수 있을것"
하지만 정황증거만으로 소송을 제기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사법당국의 조사나 수사가 진행되고 추가적으로 특정인에게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케 했다는 등 사실이 확인돼야 그 불법성 여부에 따라 소송제기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법무법인 씨엠의 이충훈 변호사는 "일단 증권관련 집단소송은 미공개정보의 이용이나 시세조종, 사업보고서 허위기재, 부정거래 등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요건으로 한다"며 "미공개이용 손해배상 책임이나 부정거래 등에 대한 부분은 요건충족 여부가 (현 상태로는)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악재공시가 지연되는 과정에 어느 정도 수긍할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에 (소송가능 여부가) 좌우될 것"이라며 "실제 소송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호재성 정보를 믿고 샀는데 악재성 공시 이후로 주가가 급락해 손해를 본 이들만이 손해를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무법인 한누리의 김주영 변호사도 "사유발생 다음날까지 공시하도록 규정돼 있는 만큼 현 상태로는 악재공시를 더 빨리 내놓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한미약품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공시 전에 해당정보를 이용하거나 남에게 이용하게 했는지 여부에 따라 미공개 정보이용 행위에 따른 책임이 문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와 회사 관계자, 기타 내부자의 부정행위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소송여부를 가늠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