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 경호실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중지 되자 감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일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는다. '거짓 해명'논란의 중심에 안 전 수석이 있었던 만큼 검찰은 그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부터 확인할 전망이다.

1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그동안 '비선실세' 최순실씨와의 관계에 대해 부인해 왔다. 그는 최씨와 함께 미르·K스포츠재단의 자금을 강제모금 했다는 주장에 대해 "기본적으로 난 최순실이니 더블루케이니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건 관련자들은 일관되게 안 전 수석이 두 재단과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고 증언했다. 최씨 소유의 회사인 더블루케이에서 초대 대표이사를 맡은 조모씨는 "재직 시절 안종범 수석, 김상률 전 수석, 김종 차관을 만난 적이 있다"며 "모든 것은 최씨의 지시였다"고 밝혔다. 조씨는 이와 관련된 입증 자료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도 지난달 30일 검찰에 출석한 자리에서 "(안 전 수석과)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가끔씩 연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안 전 수석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한다'는 질문에 "그건 이제 그분의 생각"이라고 맞받아쳤다.

정 전 사무총장은 또 최씨 지시로 SK를 찾아가 80억원대 투자 유치를 설명하고 며칠 뒤 안 전 수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안 전 수석이 정동구 K스포츠재단 초대 이사장을 통해 재단 일을 직접 챙기고, 정동춘 이사장의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도 안 전 수석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전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안 전 수석의 해명은) 거짓말이다"라며 "친박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을) 다 알고 있었는데 국민께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측의 주장이 상이하게 엇갈리는 상황이어서 검찰은 우선 누구의 말이 사실인지 따져봐야 한다. 검찰은 그동안 검찰 조사를 받았던 인물들이 모두 안 전 수석과 반대되는 얘기를 하고 있는 만큼 그의 말이 거짓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안 전 수석에 대해 피의자 신분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한편 안 전 수석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사람을 회유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전 사무총장은 안 전 수석 측이 보냈다는 문자메시지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안 전 수석이 지난 26일 차명 휴대전화로 아내에게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해당 문자메시지는 '사모님. 저는 경찰도 검찰 쪽도 기자도 아닙니다', '제가 정 총장님 도와드릴 수 있으니 꼭 연락 부탁드립니다' 등의 내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수석은 정 전 사무총장이 연락에 응하지 않자 직접 전화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유 시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안 전 수석은 궁지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증인 회유 시도는 증거인멸 행위"라고 말했다. 검찰은 안 전 수석에 대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신병처리 여부도 곧바로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