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김건희 여사가 구속 후 첫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진술을 거부했다. 특검팀은 김 여사를 오는 18일 재소환한다는 방침이다. 특검팀은 '집사 게이트' 김예성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문홍주 특검보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웨스트에서 정례 브리핑을 열고 "피의자 김건희씨를 상대로 부당선거개입, 공천개입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했다"며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 특검보는 "이날 오전 9시56분부터 조사를 시작해 오전 11시27분 오전 조사를 마쳤다"며 "오후 1시32분에 조사를 재개해 오후 2시10분에 오후 조사를 마쳤다"고 했다. 진술을 거부해 조사시작부터 끝까지는 4시간, 실제 조사시간은 2시간 남짓에 그친 셈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날 김 여사 조사에서는 여론조사 부분을 집중적으로 물어봤다"며 "각 혐의별로 새롭게 전부 조사할 생각"이라고 했다.

공천개입 의혹은 김 여사가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정치브로커인 명태균씨에게 무료 여론조사를 받은 대가로 같은해 6월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서 명씨와 가까운 김영선 전 의원이 경남 창원 의창 선거구에 전략공천되도록 도왔다는 의혹이다.

김 여사는 이날 구치소에서 입는 카키색 수용복 대신 사복을 입고 특검 사무실로 출석했다. 수갑은 착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는 조사 초반 자신의 소회를 밝힌 후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특검보는 "김 여사 신병확보 이후 특검 수사의 변화가 있냐"는 질문에 "혐의를 다져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구속영장 발부를 위한 피의자 신문과는 좀 달라질 수 있다"며 "전체적인 면은 흔들리지 않고 그대로 가되 좀 더 자세히 물어볼 것"이라고 답했다.

'집사 게이트' 김예성 구속영장 청구… 횡령 여러 차례

김건희 여사의 집사로 지목된 김예성씨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 사무실로 압송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검팀은 '집사게이트' 관련해 김예성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문 특검보는 "이른바 집사 게이트 주요 피의자 김예성에 대해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씨 횡령이 여러 차례 있었고, 적용된 혐의의 차이는 5억원이 기준이다"고 했다. 5억원이 넘어가는 횡령에 대해선 특정경제범죄법을, 5억원 미만은 형법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집사 게이트는 대기업·금융사들이 김 여사 일가의 '집사'를 자처한 김씨와 관련있는 IMS모빌리티 등에 약 184억원의 돈을 투자·협찬했다는 의혹이다. 특검팀은 김 여사의 영향력이 없었다면 굳이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투자받을 당시 IMS모빌리티는 누적 손실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상황이었다. 김씨는 투자금 중 46억원 상당을 차명법인 이노베스트를 통해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는다.

다만 김씨의 범죄가 별건인 만큼 김 여사와의 관련성이 없어 특검의 수사대상에 해당하느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특검팀 관계자는 "이번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된 혐의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을 때 해당되는 범죄사실과 같다"며 "이미 법원에서 그부분에 대해 김 여사와의 관련성을 인정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특검팀은 김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해당 범죄사실이 특검의 수사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각했다. 이후 특검팀은 김 여사와의 연관성 부분을 소명해 재차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고, 지난 12일 오후 5시쯤 인천국제공항에서 김씨가 귀국하자마자 체포했다.

다만 건진법사 게이트 관련해선 국민의힘 측 반발에 부딪혔다. 특검팀은 통일교 간부들이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2022년 12월에 교인들에게 입당 원서를 전달하는 등 조직적으로 국민의힘 입당을 시키려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정당법 위반 혐의로 국민의힘 당사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지난 13일 집행했다. 특검팀은 자료제출 형식으로 진행하려 했으나 국민의힘 측이 완강히 거부해 이날 0시43분쯤 압수수색이 중단됐다. 국민의힘 측은 당원 명부를 가져가게 되면 당원 전부를 일일이 확인할 우려가 있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국민의힘 압수수색 중단에 대해 "당원 500만명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목표로 하는 수사를 할 수 있다"며 "기술적으로 우리가 찾는 이름이 있는지만 확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날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도 소환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연관된 이정필씨에게 돈을 받고 형량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로 말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이 전 대표는 지난 5일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