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의혹을 받는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최씨는 3일 오후 1시50분쯤 법무부 호송 차량을 타고 서울법원종합청사에 나타났다. 검정색 옷을 입은 차림으로 차량에서 내린 그는 여성 법무부 직원과 함께 무언가에 쫓기듯 빠른 걸음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체포된 상태인 최씨는 구치감에서 대기하다가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는 법정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가 이날 오후 3시부터 최씨의 구속 여부를 심리하게 된다. 최씨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나 다음날 새벽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심문에서는 앞으로의 원활한 수사를 위해 최씨의 신병을 확보하려는 검찰과 이에 맞설 변호인 사이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최씨는 며칠간 이어진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2시50분쯤 법원에 출석한 최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그는 "검찰에서 많이 나올텐데 혼자 변호하시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법조 연수로 하면 내가 워낙 많다"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전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사기미수 혐의를 적용해 최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씨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함께 미르·K스포츠재단을 만들어 대기업이 800억원대 출연금을 강제로 내게 한 혐의를 받는다. 또 이미 두 재단에 45억원을 출연한 롯데그룹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 추가로 70억원을 내도록 강요한 혐의가 있다.

검찰은 최씨 소유 회사 더블루케이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와 장애인펜싱팀 선수 에이전트 계약을 맺을 때에도 최씨가 안 전 수석과 함께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적용되는 공직자 신분이 아니다. 그러나 검찰은 최씨가 안 전 수석 등을 내세워 자신의 사업을 돕게 한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의 공범이 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최씨는 더블루케이를 통해 K스포츠재단에 7억원대 연구용역을 제안해 돈을 타내려고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더블루케이가 연구용역 제안서를 쓸 능력이 없는데도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사기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한편 검찰은 최씨의 신병을 확보한 뒤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문건을 받아봤다는 의혹,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특혜 의혹 등으로 조사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