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6일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나와 조사를 받기 전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임성균 기자

검찰이 '최순실 게이트'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비선실세' 최순실씨 사건과 관련해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수사할 것이라고 7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확실한 혐의가 나온 건 없지만 수사 과정에서 혐의가 발견된다면 누구라도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검찰이 다시 우 전 수석을 소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 전 수석은 최씨가 국정을 농단하는 동안 국내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으로 근무했다. 이때문에 우 전 수석이 최씨의 비리를 미리 알 수 있었고 알면서 모른척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 전 수석이 최씨의 비리를 알면서 묵인했다면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이 혐의가 인정되면 우 전 수석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형에 처해진다.

만일 검찰 수사에서 우 전 수석이 최씨 비리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점이 드러나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같이 직권남용, 공무상기밀누설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증언과 정황은 언론보도로 이미 나와 있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차은택씨가 우 전 수석의 명함을 보여주면서 '우리를 봐주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우 전 수석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관돼 있다는 취지의 증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K스포츠재단과 롯데 사이에 70억원이 오간 데에도 우 전 수석의 개입이 의심된다. 롯데그룹은 지난 5월 최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기부 압박을 받고 70억 원을 전달했다가 열흘 후 전액 반환받았다. 돈을 돌려받은 시점은 서울중앙지검이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기 직전이다.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정보를 알 수 있었던 것은 검찰을 쥐고 있는 우 전 수석일 가능성이 높다. 우 전 수석이 뒤탈을 우려해 최씨 등에게 수사 정보를 넘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롯데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것을 알고 재단이 돈을 돌려준 것"이라며 "이를 알려줄 사람은 우 전 수석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수남 검찰총장은 전날 우 전 수석에 대한 '황제소환' 논란을 두고 수사팀을 강하게 질책했다. 우 전 수석은 전날 검찰에 출석해 횡령 혐의를 묻는 기자를 노려봤고 검찰 청사로 들어가서는 수사팀장으로부터 차 대접을 받았다. 조사 도중에는 휴식을 취하며 팔짱을 낀 채 웃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