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에서 감사로 일하고 있던 B씨는 회사 경영진과의 불화로 한 달 가까이 결근했다. 그러다가 이른 아침에 회사에 나타났다. 그는 자신의 출입카드가 정지돼 있는데도 경비원에게서 출입증을 받아 회사의 감사실에 들어갔다.

그는 자신이 사용하던 컴퓨터에서 하드디스크를 떼어간 후 4개월 가까이 지난 시점에 반환했다. 이런 B씨의 행동에 대해서 회사의 감사실에 들어온 행위에 대해서는 방실침입죄, 하드디스크를 가져간 행위는 절도죄에 해당한다고 생각한 검사는 그를 기소했고 재판은 대법원까지 올라갔다. 대법원은 이를 어떻게 판단했을까.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출입이 정지된 회사에 침입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훔친 혐의(절도, 방실침입 등)로 기소된 B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형을 선고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0도9570 판결)

재판부는 "한 달 가까이 출근하지 않다가 경비원에게 출입증을 받아 감사실로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훔치기 위한 것은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B씨는 자신이 감사실에 침입한 행위는 정당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정당행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행위의 동기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법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긴급성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재판부는 B씨가 사무실에 들어간 행위에 대해 정당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그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이 부족하고 봤다. 즉 목적을 이루기 위한 객관적 수단으로 합당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B씨가 자신이 사용하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가져간 행위에 대해 "타인의 재물을 점유자의 승낙 없이 무단 사용하는 경우 그 사용으로 인해 물건 자체가 가지는 경제적 가치가 상당한 정도로 소모되거나 사용 후 그 재물을 본래 있었던 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에 버리거나 곧 반환하지 아니하고 장시간 점유하고 있을 때는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다시 말해 B씨가 단순히 보관했다가 돌려주기보다는 돌려주지 않으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B씨가 감사실의 컴퓨터에서 하드디스크를 떼어갔다가 4개월 후 반환한 행위는 절도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 판결 팁 = 회사 경영진과의 불화로 오랫동안 결근했던 사원이 자신이 회사에서 쓰던 컴퓨터에서 하드디스크를 가져가기 위해 감사실로 들어간 행위는 방실침입죄에 해당할 수 있다. 또 자신이 회사에서 쓰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라고 하더라도 무단으로 가져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반환했다면 절도죄에 해당할 수 있다.

◇ 관련 조항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

①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전항의 장소에서 퇴거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제329조(절도)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